경기도 평택 은일온누리교회(송주석 목사)에 다니는 이수호(가명·19·뇌병변장애1급·사진)군은 25일 종일 예수 탄생을 기뻐하는 찬송을 불렀다. 새벽에는 교회 친구들과 새벽송을 부르러 다녔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이군은 승합차에서 차창을 열어젖히고 목청껏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을 불렀다. 성가대원인 이군은 주일예배에선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불렀다.
이군은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때부터 할머니 전완순(73) 집사의 손에서 자랐다. 전 집사는 장애인 수당과 품팔이로 생계를 이어왔다. 환한 얼굴로 찬송을 부르는 이군이지만 요즘 큰 걱정이 생겼다. “할머니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성탄절에도 하나님께 계속 그 기도를 드리고 있어요.”
할머니가 지난달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길어야 반년가량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병석에 누운 할머니는 홀로 남겨질 손자가 더 걱정이다. 올해 나사렛대 기독교학부에 합격했지만 수 백 만원의 등록금과 입학금을 낼 수 없다. 장애인 컴퓨터 경연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손자인데, 당장 대학을 포기해야할 형편이다.
이군의 장래 희망은 상담사. 그는 “대학에 가면 기독교 상담을 공부해 나와 같은 장애인 친구들에게 하나님을 전하고, 상담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군을 후원하는 기아대책 담당자는 “수호가 희망을 품고 살아가도록, 할머니가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성탄절에 기적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바랐다(02-544-9544).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크리스마스의 기적’ 기도하는 뇌병변 소년 수호
입력 2016-12-25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