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투자를 받았다고 꾸며 공적자금을 챙긴 벤처기업 대표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양인철)는 가짜 실적을 만들어 에인절투자매칭펀드 29억원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황모(59)씨 등 벤처기업 대표 2명을 구속 기소하고 한모(40)씨 등 벤처기업 대표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에게 범행 방법을 알려주고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사기방조 등)로 에인절투자자 모임 ‘엔젤클럽’의 운영자 나모(50)씨 등 브로커 2명도 구속 기소했다.
에인절투자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단 에인절투자를 받은 기업은 투자금만큼 에인절투자매칭펀드를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매칭펀드는 한국벤처투자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8개 공공기관에서 출자를 받은 공적자금으로 운용된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2013년 6월 투자자가 자신의 기업에 투자금을 보낸 것처럼 꾸며 매칭펀드 2억원을 빼돌렸다. 윤모(42)씨는 같은 해 3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돈을 세탁하고 투자 실적을 위장해 매칭펀드 3억원을 챙겼다.
한씨 등 15명도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가짜 에인절투자를 받아 매칭펀드 모두 21억원을 슬쩍했다. 브로커 나씨는 2012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벤처기업 대표들에게 범행 수법을 알려주고 2700만원을 챙겼다.
황씨 등은 ‘엔젤클럽’에 가입된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으면 매칭펀드 심사에 쉽게 통과한다는 사실을 노리고 가짜 투자자들을 ‘엔젤클럽’에 가입시켰다. 이어 차명계좌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부친 뒤 도로 자신들의 벤처기업에 투자토록 했다. 그러고선 매칭펀드에 지원해 투자금과 맞먹는 돈을 타냈다.
검찰은 지난 2011년부터 지원된 매칭펀드 583억원 가운데 이렇게 흘러나간 돈이 상당하다고 보고 아직 회수되지 않은 자금을 쫓을 방침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가짜 투자자 내세워 ‘에인절매칭펀드’ 29억 빼돌려
입력 2016-12-25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