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목사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시각이 많다. 그간의 삶과 궤적이 맞지 않을 뿐더러 난파 직전의 정당에 가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란 것이다. 명분과 효용 모든 면에서 어색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류다.
인 목사는 1970년대 개신교 사회 참여의 중심이었던 도시산업선교회 핵심 인사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민주화운동으로 4차례 투옥된 바 있는 그는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에 늘 비판적이었다. 국정 교과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반대했고 그가 공동대표였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박 대통령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내는 등 퇴진운동에 앞장섰다. 인 목사의 갑작스러운 새누리당행을 접한 경실련은 25일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위반한 만큼 영구 제명한다고 했다.
정치권도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그동안 박근혜정부 정책을 반대한데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한편 “새누리당이 없어져야 한다는 그 말이 진심이었다면 그 자리에 가서는 안됐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박사모까지 “차라리 이석기를 당대표로 데려오는 게 낫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인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당 쇄신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의 분란을 치유하고 새 판을 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본인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한 이완영 의원 문제를 비롯, 비선실세 농단에 책임이 있는 친박 핵심 인사들의 거취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그 같은 권한을 행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 들러리를 서다가 희생양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러모로 불안한 기대를 안고 있는 인 목사는 좌초 선박의 선장을 자임한 만큼 결연한 각오로 새누리당의 대수술을 주도해야 한다. 새누리당 역시 그가 혁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비교적 올곧게 살아온 노 목사가 명예를 지키는 길이자 새누리당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희망이다.
[사설] 인명진 목사, 친박 패권주의 청산할 수 있을까
입력 2016-12-25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