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한 것은 시기와 효과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적절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 2월까지 추경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고,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1분기에 추경 편성을 완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추경 편성에 부정적이던 정부도 정치권의 추경 편성 주장에 “적극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경제침체와 고용절벽이 장기화되고 있고, 서민경제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추경 편성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을 편성해놓고 아직 집행조차 하지 않은 시점에서 추경 편성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더욱이 올해 편성한 추경예산조차 다 쓰지 않은 상황이다. 어디에 얼마나 쓸지를 정하지도 않고 돈부터 마련해 놓자는 것은 내 호주머니 돈이 아니니 마음대로 쓰고 보자는 심보나 다름없다. 추경 편성이 잦으면 정책효과는 떨어지고 나랏빚만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추경 편성은 엄격해야 한다. 법으로 편성 요건을 정해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가. 거시적 관점에서 추경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예산 조기 집행, 예비비 집행 등을 통해 내년 나라살림살이를 정상적으로 운영해본 뒤에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순리다. 실제 1분기 추경을 편성한 전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1999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유증이 심각했던 2009년 3차례로, 당시는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백 번 양보해서 내년 초 추경 편성이 필요하더라도 사전에 용처와 규모를 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 추경 논의가 진행된다면 여야는 또다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업에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정쟁을 벌일 것이 뻔하고, 결과적으로 대선을 의식한 나눠먹기식 편성이 이뤄질 것은 불문가지다. 추경 편성 재원은 나랏빚을 내거나(국채 발행), 나랏빚을 갚는 데 쓸 돈(세계잉여금)을 활용하든 쓰는 입장에선 당장 좋을지 모르나 갚아야 하는 미래세대에겐 분명 짐이다. 이미 우리나라 공공부채 규모는 1000조원을 넘었다. 가뜩이나 미래가 불분명한 후세대들에게 빚을 떠안길 셈인가. 무엇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추경 편성은 지극히 자제할 일이다.
[사설] 대선 앞둔 추경 편성 지극히 자제할 일이다
입력 2016-12-25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