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 청와대 인근 안가(安家)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불러 경기도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비 후원금 ‘75억원’을 직접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일 상황을 기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75억원을 거론했다고 적혀 있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독대 직후 돈 액수까지 지정해 하달한 것은 이날의 롯데 사례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특검과 재계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3월 10일 안 전 수석에게 “신 회장과 14일 독대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주말인 12∼13일 신 회장에게 박 대통령의 독대 요청 사실을 알렸다. 이에 신 회장은 고(故) 이인원 부회장과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건의할 내용 등을 논의했다.
안 전 수석은 14일 오전 신 회장에게 종로구 삼청동 안가 주소와 면담 시간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 신 회장은 당일 오후 보고자료 3부를 갖고 안가로 이동했다. 운전기사를 제외한 수행원은 없었다고 한다. 안가 주차장에서 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실내로 이동한 신 회장은 먼저 안 전 수석과 짧게 환담했다. 이어 접견실로 이동해 박 대통령과 30∼40분간 독대했다.
신 회장은 박 대통령과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 내수경제 상황 및 평창 동계올림픽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 수사기록을 검토한 특검은 박 대통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75억원 상당의 후원을 주문한 것으로 본다. 안 전 수석은 수첩에 ‘VIP’라고 표기한 뒤 ‘롯데가 75억원 부담키로 했으니 상황을 챙겨보라’는 지시사항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입에서 75억원이란 말이 나왔다는 뜻이다.
다만 돈의 대가성을 부인해야 하는 처지인 신 회장은 “대통령의 75억원 요청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독대 현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특검의 보강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이뤄진 당일 독대 이면에는 최순실씨의 요청이 있었을 공산이 크다. 최씨는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 수익 창출 목적에서 지난 2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계획안을 마련한 뒤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신 회장은 독대 당일 회사로 복귀해 이 전 부회장에게 자금지원 요청 건 처리를 지시했다고 한다. 독대 사흘 뒤인 17일과 22일에는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과 박헌영 과장, 고영태씨가 롯데 소진세 사장 등을 만나 최씨가 지정한 액수인 75억원 후원을 요구했다.
롯데는 결국 5월 25∼31일 6개 계열사에서 갹출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송금했다. 이 돈은 서울중앙지검의 롯데 압수수색 전날인 6월 9일부터 닷새간 롯데 측에 반환됐다. 특검은 후원금 거래 과정에 박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고, 롯데의 면세점 특허권 심사 탈락과 추가 선정 과정이 관련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3월 독대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朴,‘독대’ 신동빈에 75억 직접 언급했다
입력 2016-12-24 00:15 수정 2016-12-24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