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트럭테러범 밀라노서 사살

입력 2016-12-24 00:26
이탈리아 경찰이 23일 새벽(현지시간) 밀라노의 세스토 산 지오반니에서 독일 베를린 ‘트럭 테러’ 용의자인 아니스 암리를 사살한 뒤 시신을 가리고 있다. 암리는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대형 트럭을 몰고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질주해 12명의 시민을 숨지게 했다. AP뉴시스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 테러를 벌인 튀니지 출신 용의자 아니스 암리(24)가 범행 나흘 만인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암리는 이날 오전 3시쯤 밀라노 세스토 산 지오반니 구역에서 순찰하던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다. 경찰이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총을 꺼냈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암리는 사살됐고 경찰 한 명은 부상했다.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살된 사람은 베를린 테러 용의자인 아니스 암리”라고 밝혔다. 독일 내무부 대변인도 “숨진 사람이 베를린 테러 수배자임이 확실하다”며 “그가 더 이상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튀니지 빈민가에서 자란 그는 13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절도를 일삼으며 자랐다. 2011년 트럭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그는 재판을 앞두고 ‘아랍의 봄’ 사태가 발생해 풀려난 뒤 난민보트를 이용해 이탈리아 람페두사로 넘어왔다. 하지만 난민등록센터에 불을 질러 4년간 교도소에 수감됐다. 교도소 생활 중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교류하면서 급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슬람 교리대로 살면서 종교 서적을 탐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교정국은 정부 대테러위원회에 암리의 빠른 급진화를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튀니지가 그를 자국민으로 확인해주지 않는 바람에 추방 명령을 비껴갔고 그 사이 암리는 독일로 도망쳤다. 이후 독일에서 난민신청 절차를 밟았으나 거절당했다. 독일 경찰은 암리를 잠재적 위험 분자로 분류하고 6개월 전부터 추적했지만 테러 행각까진 막지 못했다.

암리는 지난 19일 밤 베를린 서부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시장에 훔친 19t 트럭을 시속 65㎞로 몰며 돌진해 12명을 숨지게 했다. 범행 후엔 프랑스 샹베리를 거쳐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로 이동한 뒤 기차를 타고 밀라노까지 도망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직후 엉뚱한 용의자를 체포했다가 풀어준 수사 당국은 암리가 독일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베를린 시내를 수색하는 등 헛발질을 계속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