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세력이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대권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반 총장을 돕는 사람들은 내·외곽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핵심은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과 오준 전 유엔 대사, 김숙 전 유엔 대사 등 외무고시 12회 동기그룹이다. 이른바 반 총장의 ‘외교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최근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23일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반 총장 쪽 인사는 친박(친박근혜)계나 비주류 움직임 등 당 상황을 궁금해 했다”고 전했다. 비주류 한 의원도 “반 총장 측과 여러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차장은 지난달 외교부 행사 참석차 제주도를 방문, 원희룡 제주지사와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직 출신과 전직 국회의장 등 현역 의원을 제외한 정·관계 인사들은 반 총장을 돕기 위한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선 “국제 외교무대에서 활동한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불리거나 ‘충청 대망론’의 상징으로 비쳐선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비밀리에 교류 중인 유력 인사들은 반 총장 귀국 후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반 총장과 충청권 여당 의원들의 물밑 교감도 이뤄지고 있다. 정진석 이종배 성일종 의원 등은 반 총장 귀국 후 탈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 측은 최근 정 의원으로부터 일자리, 양극화, 고령화, 개헌 등 4가지 사안에 대한 메시지를 들고 귀국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내 계파색이 옅은 의원 10여명은 반 총장 귀국에 대비한 모임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뚜렷한 여권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귀국 후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도 “아직 반 총장이 어느 당으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반 총장의 비주류 ‘개혁보수신당’ 합류설을 경계했다.
반 총장 ‘멘토’로는 노신영 한승수 전 총리 등이 꼽힌다. 박진 심윤조 전 의원 등 외무고시 출신 정치인도 반 총장 돕기에 나섰다. 반 총장 팬클럽인 ‘반딧불이’는 전국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고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싱크탱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반 총장 지지자들은 “아직 정치적 움직임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국제공무원’인 반 총장이 임기 중 국내 정치 상황에 몰입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누구와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반 총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짓는 상황에도 난처해하고 있다.
반 총장과 김무성 전 대표 간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 측근은 “반 총장의 정치 행보로 비칠 만한 일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뉴DJP 연합’을 반 총장 측으로부터 제안 받았다는 데 대해서도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부인했다.
‘보안 원칙’을 깨고 반 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튀는 지지자들에게는 경고 메시지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반 총장 의사와 상관없이 ‘자기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최측근 그룹에도 반 총장의 향후 거취에 대한 함구령이 최근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멘토·충청 정치인·외무고시 12기… 반기문의 사람들 ‘들썩’
입력 2016-12-24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