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에 투영된 고대 이집트인의 부와 계급의식…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보물전

입력 2016-12-25 19:11 수정 2016-12-25 21:26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보물전’에 아마천으로 싼 미라와 관이 전시 중인 모습. 미라의 주인공은 관의 형태로 보아 기원전 791∼418년 제26왕조에 살았던 사람으로 추정된다.
동물숭배가 반영된 고양이 미리가 담긴 관.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한 ‘이집트 미라’가 한국에 왔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20일부터 열고 있는 ‘이집트 보물전’에서다. 영원한 삶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들의 욕망의 극치를 보여주는 미라 전시는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한껏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도입부에서 그들은 왜 미라를 만들었을까를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시리스가 동생인 세트에게 죽임을 당하고 부인 이시스의 도움으로 되살아나 사후세계의 왕이 된다는 신화에 대한 믿음에서 형성됐다. 오시리스 조각상, 이시스 조각상 등을 통해 이집트인의 사후세계관을 보여준다.

가장 스펙터클한 전시품은 뭐니 뭐니 해도 미라다. 지난 23일 전시장에서는 화려하게 장식된 관과 아마천 붕대를 친친 감은 미라 주변에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려 있었다. 토템(동물숭배) 신앙을 가졌던 이집트인들이 만든 고양이와 따오기 뱀 매 땃쥐 등 동물의 미라와 관도 20여점이나 건너왔다. 고대 이집트인은 동물이 사람과 함께 창조되었고 신처럼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이번엔 단순 흥미를 넘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어떨까. 미라로 상징되는 이집트 장례문화에는 부와 계급의 차이 등 사회적 불평등이 반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부 ‘영원한 삶을 위한 껴묻거리(부장품)’, 4부 ‘부와 명예의 과시, 장례의식’에 이런 주제가 집약되어 있다.

비용에 따라 미라 만드는 방법이 달랐다. 사후 세계에서도 부를 과시하기 위해 하인처럼 부리기 위해 ‘샵티’라고 부르는 작은 인형을 넣었다. 부적도 왕이나 왕족이 금으로 만들었던 것에 반해 재력이 부족한 중류층에서는 흙으로 빚어 금칠을 하기도 했다. ‘잔꾀’도 등장한다. 신전에 봉헌하는 인물 조각상 중 ‘이페피’ 조각상을 보자. 인물상은 값비싼 규암으로 만들었지만, 받침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회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장례물품은 약탈돼 재사용되기도 했다. 당시에 관과 미라가면, 카노푸스 단지(미라에서 꺼낸 내장을 담는 용기) 등은 주검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지위 과시를 위해서도 필요했다. 그러나 관과 장례물품을 원한다고 모두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이미 땅에 묻힌 다름 사람의 관을 약탈해 다시 쓴 것이다. 꼼꼼히 둘러보면 봉헌의식을 담은 새김돌이 재사용된 흔적을 보여주는 전시품을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9일까지. 관람료 5000∼1만3000원.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