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시리아의 봄’… 알아사드, 알레포 완전 장악

입력 2016-12-23 18:06 수정 2016-12-24 00:23
시리아 소년이 22일(현지시간)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사진과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시리아 정부는 내전의 최대 격전지였던 알레포 전선을 4년 만에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지난 13일 반군이 철수를 약속한 뒤 이날까지 반군과 주민 3만5000명이 알레포를 떠났다. 신화뉴시스

시리아 정부가 내전의 상징인 북부 중심지 알레포를 4년 만에 완전 장악했다. 하지만 ‘시리아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인도적 위기도 끝나지 않았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밤 반군과 민간인을 실은 마지막 버스 4대가 알레포를 벗어났다. 지난 13일 러시아와 이란, 터키 중재 아래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휴전에 합의한 후 알레포 주민 3만5000명의 철수작업이 마무리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다시 알레포를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군과 일부 주민은 국기를 흔들며 ‘알레포’라고 외쳤다.

알레포 함락은 5년 넘게 이어진 내전에서 정부군이 거둔 가장 큰 승리다. 반군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온건 반군조직 누레딘 알진키의 야세르 알유세프는 “혁명 세력(반군)은 어려운 전환점에 직면했다”며 “러시아와 이란의 개입과 아랍권의 침묵이 맞물려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알레포에서만 민간인 2만1000명이 사망하고 주택 등 건물 3만3500여채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지원에 힘입은 정부군의 끝없는 폭격으로 한때 ‘시리아의 진주’라고 불린 알레포는 잿더미로 변했다.

알레포 공방전은 끝났지만 시리아의 앞날은 여전히 어둡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가 배제된 채 러시아와 이란, 터키가 주도하는 평화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리아는 여전한 전장이다. 북부 알바브에서 터키군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전투를 벌여 어린이 7명을 비롯해 민간인 47명이 사망했다. IS의 자폭 테러로 터키군 16명이 숨졌다. 알레포를 떠난 반군과 민간인의 새로운 정착지인 이들리브가 제2의 알레포가 될 수 있다는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영국 소재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2011년 3월 내전 발발 이후 31만2000명이 사망했다. 숨진 민간인 9만명 중 어린이가 1만6000명이다. 인구 2300만명 중 480만명이 시리아를 떠났다. 경제 사정은 30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 사용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