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극장이 공연관광 시장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정동극장에 따르면 서울 중구 정동극장은 현재 공연 중인 ‘가온’(31일까지)을 마지막으로 공연관광 극장에서 ‘전통기반 레퍼토리 극장’으로 변신한다. 내년 1년간의 과도기를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된다.
정동극장은 내년 1∼2월 극장 개보수 이후 나머지 10개월 동안 3개월은 기획공연, 7개월은 상설공연으로 채울 계획이다. 경주 정동극장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관광객 대상 상설공연을 계속한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9월부터 문체부와 정동극장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해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의 복원이라는 취지로 1995년 국립극장 분관으로 개관해 97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 개관 직후부터 기획공연 외에 청소년과 외국인 대상의 전통공연을 주 1∼2회 선보였다. 좋은 반응을 얻자 2000년부터 매일 공연하는 상설공연으로 정착시켰다. 당시 같은 해 전용관을 마련한 ‘난타’와 함께 공연관광 시장의 문을 연 주역으로 꼽힌다.
정동극장은 초반에는 1일 2회 이상 공연하는 ‘난타’ 등 다른 비언어 퍼포먼스와 달리 1일 1회만 공연하고 다른 시간대에는 연극 무용 등의 기획공연도 꾸준히 병행해 왔다. 하지만 2010년부터 기획공연을 아예 중단하고 관광객 대상의 상설공연 전용관으로 바뀌었다. 주로 ‘춘향’ ‘가온’ 등 한국 전통을 소재로 한 비언어 퍼포먼스를 올려왔다. 2011년에는 경주 사무소를 설립해 서울과 마찬지로 상설공연을 시작했다.
하지만 비언어 퍼포먼스가 난립하고 제 살 깎아먹는 저가경쟁이 이어지면서 정동극장의 상설공연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고 지원을 받는 정동극장이 민간단체와 저가 경쟁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면세점들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연 관람권을 미끼 상품으로 제공하면서 4만∼6만원짜리 티켓 가격은 5000원 이하로까지 떨어졌다. 정동극장은 면세점의 공연 관람권 끼워팔기를 거부하면서 공연관광 시장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수순을 밟아왔다.
손상원 정동극장장은 “전통기반 레퍼토리 극장으로의 변화가 쉽지 않겠지만 기획인력을 충원하고 창작 인큐베이팅을 실시하는 등 꾸준히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서울 정동극장, ‘공연관광’ 손뗀다
입력 2016-12-25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