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눈치 보며 옆구리 콕 찌르는 당정협의가 이뤄졌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23일 당정협의를 갖고 내년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방안 등을 내놨다. 당정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며 내년 상반기 예산 집행률을 60% 이상으로 올리고, 내년 2월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정이 긴급히 모여 한목소리를 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내년 2월 추경 편성방안을 제시했다. 전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내년 1분기 경기상황을 지켜본 뒤 추경을 편성할지 말지 검토하겠다”는 발언과 상반되는 방안이었다. 이에 기자들이 묻자 이 의장은 “경제가 한번 무너지면 회생이 어렵기 때문에 당에서 2월까지 추경 편성을 강력히 요청했고, 정부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발언 직후 기재부 이찬우 차관보는 “1분기 상황을 보고 (추경)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핀트’가 안 맞자 이 의장은 이 차관보 어깨를 툭 치기까지 했다.
내년 상반기 예산 60% 이상 집행 목표도 정부 안과 차이가 있다. 당정이 60% 이상 집행을 밝힌 직후 기재부는 송언석 2차관 주재로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고 내년 상반기 예산 집행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58.0%로 잡았다. 몇 시간 차이로 당정과 예산 주무부처인 기재부의 목표치가 다르게 발표된 것이다.
당정의 불협화음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부터 예견됐다. 쪼개질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를 중심으로 정책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에 정부는 겉으로 드러내진 못했지만 무리한 당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양측의 이런 입장차가 이날 불협화음으로 극명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엇박자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경제파탄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할 것이고, 차기 정부의 몫을 남겨놔야 할 기재부는 뒤로 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 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당이 단기간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리하게 여러 카드를 쓰면 당장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어떻게 당의 폭주를 막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경환 경제팀은 단기간에 경기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부동산을 ‘불쏘시개’로 썼고, 그 결과는 1300조원대의 가계부채와 경기절벽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당과 야당 사이에 줄타기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서두르는 黨, 늦추려는 政… 내년 예산집행 엇박자
입력 2016-12-23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