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경고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처음 판매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편의점에는 새 담뱃갑 20여개가 진열돼 있었다. 1시간 남짓 지났지만, 아직 한 갑도 팔리지 않았다.
“어, 진짜 나왔네.”
한 50대 남성은 담뱃갑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후두암 폐암 구강암 등의 적나라한 사진이 붙은 끔찍한 경고문이다. 다른 끽연가들도 힐끗힐끗 담배 진열대를 보면서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비흡연자들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아이와 음료수를 사러 편의점에 들른 김모(33·여)씨는 “뉴스를 보긴 했는데 저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며 “계산하려고 기다리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편의점에도 경고그림이 그려진 담배 12갑이 진열됐다. 오후 2시까지 판매된 경고그림 담배는 4갑. 흡연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30년 동안 하루 1갑씩 담배를 피웠다는 양모(51)씨는 “실제로 보니 심각한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흡연자 대부분은 끊고 싶어도 못 끊는데 이걸 보고 더 스트레스를 받겠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 하모(41)씨는 “경고그림을 보니까 20년 동안 피운 담배를 끊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더라”며 “항상 금연하고 싶었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고그림 담뱃갑은 서울역 인근 편의점 담배진열대에도 등장했다. 홍콩에서 온 웡추엔웡(24)씨의 손에는 홍콩에서 가져온 담배와 이곳에서 산 담배가 들려 있었다. 홍콩의 경고그림은 더 크고 더 잔혹하다. 웡씨는 “경고그림은 담배를 시작할 수 있는 청소년에게 효과가 크다”며 “한국도 홍콩의 경고그림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은 2007년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은 이래로 흡연율이 5.4% 감소했다.
한 편의점에서는 담뱃갑 하나가 잠시 진열대에 거꾸로 놓여 경고그림이 가려지기도 했다. 직원이 평소 습관대로 담배를 놓다 실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진열대에 담뱃갑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방지하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경고그림이 없는 기존 담뱃갑을 앞에 세워두거나 스티커 등으로 가리는 일도 금지된다.
복지부는 이날부터 공장에서 나가는 모든 담뱃갑의 앞뒤 상단 절반에 흡연 폐해를 나타내는 경고그림과 문구를 표기했다. 그림은 3가지 암 외에도 심장질환 뇌졸중 간접흡연 임산부흡연 성기능장애 피부노화 조기사망 등을 경고하는 10가지다. 기존 담배 재고가 소진되는 다음달 중순부터 시중의 모든 진열대에 세워진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은 “경고그림이 단기간에 큰 성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청소년과 여성이 폐암과 후두암 등이 그려진 담뱃갑을 보면 예방효과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국 같은 금연 선진국들은 경고그림과 문구가 합해서 85%를 넘는데 우리도 그림을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우 최예슬 기자 lov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후두암·폐암 경고 사진 섬뜩… 금연 생각 절로 들어”
입력 2016-12-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