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의 아들’ 아닌 축구선수로 뜰겁니다

입력 2016-12-24 00:00
위 사진은 매탄고 시절 송준평이 2013년 전국체전 남자축구 고등부 결승에서 우승한 뒤 아버지 송강호씨와 웃는 모습. 오른쪽 아래 사진은 수원 삼성 입단이 확정된 뒤 기념촬영하는 송준평(사진 윗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송준평, 수원 삼성 제공
“아버지만큼 사랑받는 축구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송준평(20·연세대·사진)은 22일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선발된 신인이다. 그의 선발이 화제가 된 것은 바로 대배우 송강호(49)씨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의 배경이 아닌 가장 좋아하는 축구로 실력을 인정받겠다며 당찬 출사표를 내던졌다.

수원은 이날 자유계약(2명)과 우선지명(4명)으로 총 6명의 신인선수를 선발했다. 수원 유스팀이기도 한 매탄중·고를 거쳐 연세대에서 활약한 송준평은 우선지명선수로 수원 유니폼을 입게 됐다. 송준평은 매탄고 시절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하다 연세대 진학 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에는 16세 이하(U-16) 축구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송준평은 2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원 유스팀 생활을 해서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홈경기 때 볼보이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감회가 새롭다”고 입단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경기에 꼭 나설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송준평은 성남 청솔초 5학년 때 축구공과 첫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방과 후 축구교실에서 공을 갖고 놀았다. 당시 아버지 송강호씨는 아들이 그저 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들은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조용히 다져나갔다.

아들의 의지를 알게된 아버지의 고민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송준평은 “아버지가 축구선수는 부상이나 숙소생활 때문에 힘들다라는 얘기를 듣고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당시 일을 끄집어냈다. 송강호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들에게 자신과 같은 배우를 하는게 어떻겠느냐고 권하기도 했다. 자신이 모르는 운동선수의 길로 가려는 어린 아들에게 아무런 조언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제가 고집을 꺾지 않자 아버지가 ‘나도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된 만큼 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송준평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잔디 위에 서면 항상 즐거웠다. 유스팀 소속으로 볼보이를 하면서 프로선배들의 움직임을 코앞에서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머릿속에 그렸다. 이제 그는 힘과 스피드, 승부욕까지 갖췄다고 평가받는 그라운드 위의 유망주가 됐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송준평은 공수에서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장점이 있고, 운동능력도 좋다”며 “기술적으로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의지가 강해 잠재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이어 “1년 정도 지나 일단 교체 선수급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특히 팀의 오른쪽 측면 수비 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얼굴이 알려진 아버지 때문에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빠가 영화일로 바쁘셔서 일년에 한두 번 경기 보러 오시는데 그게 오히려 맘 편했어요. 오실 때마다 긴장됐었거든요.” 아버지는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면서도 아들 뒤에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은 전형적인 ‘츤데레’ 스타일이란다. 송준평은 “엄마한텐 무뚝뚝한데 제겐 자상하고 상냥하세요. 크게 혼나 본 기억도 없어요”라며 웃었다. 송준평은 축구명문 수원의 구성원이 된 데 자부심이 컸다. “훌륭한 선수들이 배출됐고 서포터즈도 최고인 팀이죠. 많이 배워서 선배들 못지않은 좋은 선수가 될 겁니다”라고 다짐했다. 송준평은 다음 달 9일부터 소속팀 동계훈련에 합류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