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밥, 끼니 이상의 양식

입력 2016-12-24 04:18

밥은 ‘쌀, 보리 등을 씻어 솥 같은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은 뒤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끼니, 식사라고도 하지요.

밥은 또 ‘제 밥은 제가 챙겨야지’처럼 나누어 가질 물건 중 각각 갖게 되는 한 부분, ‘그자는 두목인 그녀의 밥이었다’같이 남에게 눌려 지내거나 이용만 당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데 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밥을 짓기 위해 쌀이 든 솥을 불에 올리는 것을 ‘밥을 안치다’라고 하지요.

밥은 한글 창제와 함께 제자(製字)원리와 용례를 들어 각각의 쓰임을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에도 나옵니다. 원래 쓰이던 말임을 알 수 있지요.

밥을 이르는 한자는 食(식)입니다. ‘먹다’의 의미도 있는 食은 ‘사’로도 읽는데 대나무 그릇에 든 밥과 표주박에 담긴 물이라는 뜻으로, 공자가 수제자 안회의 소박한 생활을 높이 평가하며 말했다는 단사표음(簞食瓢飮)에 쓰였습니다. 반찬(飯饌) 백반(白飯) 등의 飯도 밥입니다.

“진지 잡수셨어요?” 예전에는 밥때와 관계없이 어른을 뵈면 이렇게 인사했습니다. 진지는 밥의 높임말이지요. 곤궁하던 시절 밥이 인사가 되었겠지만 ‘혼밥’이 일상으로 쓰이는 지금,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는 밥상머리에서 삶의 지혜나 예절이 체득되었던 점에서 볼 때 밥에는 밥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