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성탄절이다. 세상의 죄악을 대속(代贖)하기 위해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온 축복의 날이다. 성탄절은 부활절과 함께 기독교의 양대 절기다. 부활절이 죽음을 넘어 희망의 완결을 확인하는 잔칫날이라면 성탄절은 예수 탄생을 통해 소망을 기원하는 경축일이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의 성경 말씀처럼 예수 오심은 그 자체만으로 영광과 평화의 예언이다.
그러나 2016년 성탄절을 앞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영광과 평화만을 구가하기에는 주변의 격랑이 너무 거셌다. 지구촌 곳곳에는 올해도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 니스, 벨기에 브뤼셀, 미국 올랜드에 이어 최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까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유혈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의 사정은 더 급박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핵 위험은 점증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정치와 외교는 실종됐고 경제는 고꾸라지고 있다. 정의와 원칙이 무너진 자리를 불의와 편법이 차지했음을 확인한 국민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그렇다고 비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얼마든지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선지자들이 없던 어둠의 시대에 만왕의 왕인 아기 예수가 빛으로 온 것이 성탄절의 또 다른 의미다. 세상의 암흑이 빛으로 온 아기 예수를 결코 이길 수 없다. 한국교회연합은 “이번 성탄절에는 불의와 불법을 걷어내고 정의와 평화, 자유와 질서를 세상 가운데 심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성탄절을 계기로 차가워진 마음을 녹여보자. 더불어 위로하고 함께 나누는 성탄절을 맞아야겠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섬김과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눔이 예수의 삶이었다”고 강조했다. 올 한 해 한국교회의 헌신은 부족하나마 우리 사회에 빛을 비췄다. 그나마 한국교회가 있었기에 우리는 더 이상 추락하지 않았다.
세상이 강퍅해지면 없는 사람이 더 힘들다. 예수가 늘 함께한 이들은 고아와 과부, 병든 자들이었다. 가장 높고 귀한 하늘 보좌에서 내려와 낮고 천한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의 희생과 헌신을 닮아야겠다.
2017년에는 굵직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교회사적으로는 종교개혁 500주년이고 국가적으로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일원으로서 의미 있는 해다. 성탄절 아침, 예수 탄생의 뜻을 되새기며 새해의 포부를 다짐해보자.
[사설] 빛으로 온 아기 예수 어둠을 밝히다
입력 2016-12-23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