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재앙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AI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23일로 37일째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도살 처분이 완료됐거나 예정인 가금류는 모두 2420만3000마리다. 이런 추세라면 피해액은 최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AI가 재앙 수준으로 순식간에 번진 이유는 무엇일까. 당국의 늑장대응과 일관성 없는 대책, 지켜지지 않는 현장 매뉴얼 등이 화(禍)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으로 AI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178곳 중 156곳에서 효력 미흡 등 엉터리 소독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농가의 87%에 해당한다. AI가 처음 발생한 후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소독이 사실상 하나 마나 한 소독이었다는 얘기다.
AI 방역의 기본인 소독제마저 부적합하다는 것은 정부 방역정책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니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일본과 비교되는 것이 아닌가. 이제라도 일선의 방역조치부터 다시 철저히 점검하는 등 정부의 방역체계를 대폭 뜯어고쳐야 한다. 농장 단위에서부터 방역망이 관리되지 않으면 그 어떤 대책도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사설] 맹탕 방역과 매뉴얼 무시 현장
입력 2016-12-23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