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큰 기쁨의 좋은 소식

입력 2016-12-23 20:52

다시 성탄절이 됐습니다. 거리마다 화려한 성탄 장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성탄절의 의미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탈 진실’의 시대입니다. 사실과 진실보다 감과 느낌이 각광받는 시대입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천하를 호령하던 당시는 ‘팍스 로마나’의 허구가 사람들의 의식과 삶을 지배하는 어두운 시대였습니다. 그때 변방의 유대 땅 베들레헴에 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당시 유대 들판에는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시대 가장 어두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캄캄한 밤, 들판에 있던 그들에게 빛과 함께 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0∼11)

절망의 땅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큰 기쁨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하나님의 사자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가장 먼저 찾은 사람들이 바로 목자들입니다. 그리스도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 없이 자기만족 속에 사는 사람, 하나님을 등지고 인생의 즐거움만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구주 탄생은 기쁜 소식이 될 수 없습니다. 헤롯왕과 예루살렘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 그랬습니다.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헤롯왕과 온 예루살렘이 듣고 소동한지라.’(마 2:2∼3)

소위 기득권자들은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들에게 메시아 탄생의 소식은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기쁜 소식을 들어도 기쁘지 않았고 믿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칠흑처럼 어두운 삶을 살던 목자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어둠 속에서 빛을 통해 전해진 복음을 바로 받아들입니다. 아기가 태어났다는 베들레헴을 향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떠납니다. 그들은 아기 예수를 보기도 전에 믿었습니다. 들음에서 믿음이 비롯되고 믿음에서 참된 기쁨이 시작됩니다. 그날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전한 복음의 의미는 “너희가 꿈꾸던 미래, 메시야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이 이미 우리 가운데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1) 하나님의 나라는 메시아 탄생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듣는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새로움이 인간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 위해 어둠을 뚫고 들어옵니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하나님은 ‘존재의 깊이’ 속에서 우리에게 오신다. 그는 역사 속으로 들어오시며 또 우리와 매일 함께하신다.”

우리는 지난 대림절 4주를 기다려왔습니다. 아니 그 이전, 인간이 창조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매일 매일 기다림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세상 모든 곳에서 인간은 기다립니다. 계급 없는 사회, 기근과 전쟁이 없는 세계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그 미래에 대한 대화는 거의 다 가능성 없는 유토피아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 천사들의 선언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꿈꾸던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시작됐고 지금 여기, 우리 안에 있다”고 선포합니다. 이것이 “큰 기쁨의 좋은 소식”입니다. 이것이 성탄절의 참된 의미입니다.

2016년 성탄절. 사랑의 왕,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주님과 함께 이 세상 구석구석을 두루 비추는 사랑의 등불이 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영호 목사 (새분당루터교회)

약력=△루터대 교목실장 △종교개혁500주년기념대회 홍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