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 엉성하지만 정성이 깃든 성탄장식을 따라 들어간 곳은 작은 개척교회였다. 교회를 개척한지 1년 남짓 지난 L사모와 담임목사의 크리스마스가 허전하고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지난해 12월 24일 작은 선물을 들고 교회를 찾았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성탄절 공연을 앞두고 사모와 초등학생 아들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요셉도 됐다가 천사도 됐다가 1인 다역을 맡은 사모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반갑게 뛰어오는 사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개척 첫해에 목사인 남편과 아들, 셋이서 외로운 성탄절을 보냈다는 L사모는 “그래도 올해는 10명의 성도들과 이웃들을 초대해 함께 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리는 표정에서 ‘한 사람’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예배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메시아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찬송이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이날 성탄 메시지를 전하던 목사님은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한다는 사실에 감격해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모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어진 축하 공연시간, 화려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만들어내는 성탄 전야축제는 감동이었다. 공연 후 준비된 저녁식사는 사모의 손맛이 어우러진 구수한 사골 떡국이었다.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을 대접하며 성도를 한 분 한 분 정성스럽게 섬기는 개척교회 사모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사람, 한 영혼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품은 적이 언제였던가’라는 생각에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쓸쓸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개척교회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었고 아름다운 교제가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했다.
12월 말 즈음이 되면 교회는 성탄절 전야축제 행사준비로 여념이 없다. 그러다 성탄절 행사가 끝나면 성도들은 뿔뿔이 흩어져 가족 단위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바라만 봐도 미소가 떠오르는 모습이지만 성탄절이 언제부턴가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만의 축제가 되어 버렸다는 점은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성탄의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오늘 저녁 많은 교회에서 성탄절 전야행사가 진행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기 예수님이 오신 성탄의 기쁨 보다는 크고 화려한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서 정작 낮고 천한 자리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난해 방문했던 개척교회의 모습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마구간과 가장 닮은 곳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곳이었지만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 속에서 참된 성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성탄절에 성도들 없이 쓸쓸하게 예배드리는 개척·미자립 교회 목사 가정도 많다. 내가 섬기는 교회뿐만 아니라 지역의 작은 교회나 약한 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성탄절이 됐으면 좋겠다.
오늘밤, 작은 교회 사모들이 섬기는 그 자리가 가장 복된 자리가 되길. 메리크리스마스!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 imhere@kmib.co.kr
이 코너는 사모인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가 연재합니다.
[박효진 사모it수다] 우리가 잃어버린 크리스마스
입력 2016-12-23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