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들이 탈당해 만들 가칭 ‘보수신당’의 출현으로 대선 대진표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보수신당의 등장으로 정국은 26년 만에 4당 체제가 됐지만 대선이 4자 구도로 치러질지 불확실하다. 보수신당의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대선이 4자 구도, 3자 구도, 양자 구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수신당이 정계개편의 핵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선택은 대선 구도를 결정지을 메가톤급 변수다. 반 총장과 국민의당·보수신당의 3자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대선을 앞두고 ‘반(反)문재인’ 세력이 똘똘 뭉쳐 ‘제2의 3당 합당’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합당은 하지 않고 선거연대를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0년 2월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를 고립시키기 위해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했던 것과 비슷한 그림이다.
대선 정국을 흔들 대표선수가 아직 없다는 게 보수신당의 가장 큰 고민이다.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가 보수신당에 합류할 예정이지만 이들의 지지율은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보수신당은 신장개업과 동시에 짝짓기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보수신당 핵심 관계자는 22일 “반 총장 영입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신당이 바라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반 총장·국민의당·보수신당 세 세력이 ‘반문재인 연대’의 큰 우산 아래 결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양자대결이 가능하다. 반기문 안철수 유승민 오세훈 남경필 등 스타들이 경선에 참여하고 그 승자가 문재인 전 대표와 일합을 겨룬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보수신당의 계산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의 반문 세력까지 규합한다면 문 전 대표는 더욱 고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반 총장이 구애를 거부하고 독자세력화를 선택하며 보수신당의 애를 태울 가능성도 크다. 반 총장이 보수신당 일부 세력을 선별 영입할 경우 보수신당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될 수도 있다.
보수신당과 국민의당이 제3지대에서 만나 힘을 합칠 것이라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도실용이라는 가치관과 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이들을 묶는 끈이다. 독자적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경우 문재인 반기문 제3지대 후보 간 3자 대결이 유력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부산시당 당원대표자대회에서 “반 총장 측이 뉴DJP(김대중 김종필) 연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반 총장 측에 사람을 보냈는데 박지원이 밀어준다고 하면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으로 안 가고 국민의당으로 오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런 약속을 할 수 없었고, 안철수 천정배 정운찬 손학규 등과 치열하게 경선해서 이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답했다”고 주장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대선 대진표 안갯속… 메가톤급 변수는 ‘潘의 선택’
입력 2016-12-23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