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범(汎)야권 대권 주자들의 견제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2일 대권 주자 토론회에서 ‘호헌’ 세력으로 지칭됐으며 ‘섀도 캐비닛’(예비내각) 구상도 “일부 정파 중심으로 꾸려선 안 된다”는 반발에 부닥쳤다. ‘비문’(비문재인) 세력의 협공이 이어지면서 지지도도 소폭 하락했다.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대권 주자 4명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국정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대권 주자들은 모두 개헌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내놨다. 안 전 대표는 “개헌은 해야 한다”면서도 “대선 전 개헌은 반대한다”고 했다. 적폐 청산을 위한 사회개혁 작업을 우선으로 하고 개헌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자는 주장이다. 개헌 작업은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결론내자고 못 박았다. 안 전 대표는 “여러 대통령들이 당선 후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다음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으려면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결선투표제도 제안했다.
손 전 고문은 “호헌은 기존 체제를 수호하자는 것이다. 기득권세력, 특권세력, 패권세력을 지키자는 것이 호헌”이라며 “개헌을 이긴 호헌은 없다”고 밝혔다. 개헌에 부정적인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남 지사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헌은 현실적으로 대선 전에 불가능하니 대신 집권 초에 개헌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여기 있는 분들이 약속하자”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문 전 대표는 개헌 주장에 대해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국가 개혁을 위해서는 기존의 진보·보수 프레임을 넘어 협력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대선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필요한 제도”라면서도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선 전 추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권 주자들은 각론에 있어서도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섀도 캐비닛 구상에 대해 “경쟁 상대 쪽에도 인재가 있으면 데려와야 한다”며 “말 잘 듣는 사람만 쓰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매수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캠프 인사들에게 일정한 직책을 주겠다고 선거 전 약속할 경우 현행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문 전 대표 지지도는 대권 주자들의 전방위 견제 속에 소폭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남녀 1519명을 대상으로 여야 대권 주자 지지도를 조사 한 결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전 대표는 1.5% 포인트 하락한 22.2%로 집계됐다. 7주 연속 유지하던 대권 주자 지지도 1위 자리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3.1%)에게 내줬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文은 패권 지키려는 호헌세력”… 거세지는 견제구
입력 2016-12-22 18:03 수정 2016-12-22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