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盧는 나를 발탁하고 지도해주신 분”

입력 2016-12-23 00:02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가 거침이 없다. 반 총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묘소를 찾아 “분열된 사회를 통합했던 링컨에게 감명받았다”고 발언했다. 그는 전날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회견, 또 뉴욕총영사관에서의 동포 간담회에서 차례로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 이튿날 바로 사회통합 이슈를 제기한 것은 ‘잘 짜인 각본대로’ 대권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 총장은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반 총장 측은 유엔과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서던일리노이대에 강연하러 가는 길에 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참배 후 “링컨 대통령 시절 미국이 가장 심하게 분열돼 있었다”면서 “링컨은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미국인의 결속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순실 사태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국론분열 양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또 통합과 화합을 출마 명분으로 삼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 총장은 이어 묘소 인근 링컨 박물관을 방문했다. 그는 링컨이 남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구가 쓰인 액자 앞에서 “이 말은 미국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물관장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대화했다. 박물관장이 노 전 대통령이 쓴 링컨 전기를 보여주면서 “세계 대통령 중 링컨 전기를 쓴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말하자 반 총장은 “나를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해주셨고 유엔 사무총장이 되도록 지도해주신 분”이라고 맞장구쳤다.

반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을 배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날 모독하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다”고 발끈했다. 이 발언에 친노무현계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눈치보다가 서거 2년 후 참배한 것에 불과하다”고 재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다시금 강조함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비난 여론을 최대한 무마하려 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