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최소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 트럭 테러 용의자를 위험인물로 관리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허술한 감시망 탓에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독일 수사 당국이 튀니지 출신인 아니스 암리(24·사진)를 공개 수배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상금은 10만 유로(약 1억2500만원)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당국이 잠들어 있었다”고 꼬집었다. 범행을 막을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암리는 지난해 7월 독일에 입국하기 전부터 전과자 신분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방화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러 4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2010년 고국을 떠나기 전에도 강도 혐의로 5년 형을 받았다.
독일로 넘어온 암리는 2월부터 베를린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을 오가며 지냈다. 그는 이집트 레바논 등 3개 국적과 6개의 가명으로 된 신원증명서를 번갈아 사용했다. 독일이 그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한 것은 지난 1월이다. 암리가 독일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을 모집하다 지난달 8일 체포된 아흐마드 압델라지즈(32)와 접촉한 정황이 드러나서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암리의 통신기록을 추적해 자동화 무기를 구입할 돈을 훔치려던 그를 체포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암리가 테러를 모의한 것으로 봤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기소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암리는 온라인에서 폭발물 제조법을 검색하고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IS와 연락했다가 미국 정부의 비행금지대상 목록에도 오른 상태였다.
독일 정부는 암리의 망명 신청을 지난 6월 거부했지만 추방은 못했다. 암리에게 적법한 여권이 없는 데다 튀니지 정부가 독일 정부에 비협조적이었던 탓이다. 암리는 지난달 수사 당국의 추적망을 따돌렸고 그의 새 튀니지 여권은 테러 발생 이틀 뒤인 21일에야 독일에 도착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CCTV 설치를 꺼리던 독일은 이날 공공장소에 CCTV를 확대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수민 기자
베를린 트럭테러 용의자 테러 모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석방
입력 2016-12-22 18:23 수정 2016-12-22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