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최광 前 국민연금 이사장 ‘징검다리’ 삼아 홍완선 前 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정조준

입력 2016-12-23 04:03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과 관련해 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을 확보, 22일 분석에 착수했다. 해당 문건은 공단 투자심의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내린 3일 뒤인 지난해 7월 13일 만들어진 것으로 합병 관련 일련의 과정이 상세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 자택을 압수수색해 문건을 확보했다. 최 전 이사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주도한 홍완선 전 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로 홍 전 본부장의 연임을 반대하다 윗선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은 바 있다.

특검팀은 표면적으로 최 전 이사장을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과정에선 한 발 떨어진 단순 참고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홍 전 본부장 조사를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할 징검다리로 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 확인할 게 있는데 최 전 이사장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특검 수사관들은 최 전 이사장 개인PC에 파일 서치 프로그램을 구동, ‘국민연금공단’ ‘임원회의 자료’ 등의 키워드를 넣어 검색된 문건을 복사해 가져갔다. 기금운용본부 총괄 보고서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문건엔 공단과 보건복지부 간 논의 일정, 홍 전 본부장이 국정조사 청문회 과정에서 밝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의 회동 사실 등도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본부장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삼성물산 합병 결정은 전문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한다”고 밝혔었다. 당시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반대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홍 전 본부장은 자신의 말을 뒤집으며 본인 주재로 내부 투자심의위만 열어 최종 찬성을 결정했다. 전문위원회는 소집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의 변심에 주목한다. 변심 배경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으리라 의심하고 있다. 해당 시기 공단 측과 보건복지부가 수시로 접촉해 합병 찬성 관련 의견을 교환한 정황도 특검이 포착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안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을 출국금지하고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이날 최순실(60·구속 기소)씨 딸 정유라(20)씨에 대해 기소중지 및 지명수배를 하는 등 강제 송환을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정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등 독일 사법기관과의 공조 절차에도 착수했다. 최씨 일가의 독일법인 자금세탁 혐의 등을 수사 중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검찰도 “(수사 협조) 요청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검팀은 또 이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진술도 유심히 지켜봤다. 특검팀의 수사대상이기도 한 우 전 수석은 재직시절 세월호 사건 관련 수사를 방해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황인호 노용택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