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밀월에… 中-英 급속 밀착

입력 2016-12-23 00:03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오른쪽)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총리 관저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정례 중·영 전략대화 회담을 가진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년 수교 45주년을 맞는 두 나라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키로 하는 등 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중국과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도 ‘황금시대’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과 중국 관계가 긴장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은 확실한 우군을 유지하게 됐다.

영국을 방문 중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0일(현지시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잇따라 회담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 국무위원은 메이 총리와 회담에서 “원전과 고속철, 금융과 혁신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고 중요한 국제 문제와 지역 문제에 있어서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메이 총리가 양자 관계의 황금시대 속에서 진실된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킬 것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양 국무위원과 존슨 장관은 특히 제8차 전략대화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에 양국이 협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국이 밀월기에 접어든 것은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이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10년 만에 영국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시 주석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황금마차에 올라 버킹엄궁에 도착한 뒤 오찬을 갖는 등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은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400억 파운드(약 59조2600억원) 넘는 규모의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두 정상은 ‘노타이’ 차림으로 영국 시골마을 술집에서 함께 맥주를 즐기며 우의를 과시했다. 영국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한 첫 유럽 국가였다.

순풍을 타고 있는 양국 관계에 복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바로 인권과 홍콩 문제다. 영국 외무부는 양 국무위원과 존슨 장관의 회담 후 성명에서 “인권과 홍콩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견해 차이가 존재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존슨 장관은 특히 지난 10월 홍콩에 대한 고도의 자치권을 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고 반(反)중국 서적을 판매하는 홍콩 출판업자들의 구금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캐머런 전 총리와 달리 메이 총리 정부는 중국에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메이 총리는 결국 최종 승인하기는 했지만 취임 후 중국 기업이 참여키로 한 ‘힝클리 포인트 원전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면서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