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리스크’… 해외 견제 고조 땐 경영 차질 우려

입력 2016-12-23 04:03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시작과 함께 삼성을 정조준하면서 전반적인 경영 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장기화할수록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여러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외국인투자자 지분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이 18.44%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지난 1년간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하고, 지난달 다시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한 것도 주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특검 수사 등을 통해 계속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결될 경우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현재 경영진에 대해 꼬투리를 잡으려 할 수도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분 0.8%를 보유한 네덜란드 연기금(APG)은 정경유착 문제에 대한 입장과 해결책을 묻는 질의서를 삼성전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사회책임투자원칙(PRI)을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유엔과 세계 주요 연기금이 함께 참여해서 만든 PRI는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외부적인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삼성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요구에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주식 0.62%를 가지고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삼성전자에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과거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 미국발 보호무역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악재를 경쟁사들이 이용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내년 초에 있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등에서 해외 거래선을 만나 한 해 동안 사업을 논의해야 한다. 갤럭시S8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반전시켜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외부 거래선과 긴밀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만 인수의 경우 하만의 일부 주주가 인수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만하게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특검 수사가 길어지고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 주요 임원이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사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은 삼성전자와 거래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음해할 수 있다”면서 “빨리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