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흡연’ 구강암 환자 “혀 ⅓ 잘라내… 울면서 밥먹었어요”

입력 2016-12-23 00:01
임현용(가명)씨가 출연한 증언형 TV 금연광고의 한 장면. 32년간 흡연한 그는 올해 4월 구강암에 걸려 혀의 3분의 1과 임파선을 잘랐다. 임씨는 인터뷰에서 “인생을 되돌린다면 두 번 다시는 담배를 안 피우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구강암 판정을 받자 인생이 끝나나보다 싶었습니다.”

증언형 TV 금연광고 모델인 임현용(가명·55)씨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회한을 털어놨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어른이 됐다는 우월감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32년 동안 끊지 못했다. 임씨는 두 자식과 아내를 부양하기 위해 농사일과 막노동을 하면서 매일 한갑반씩 줄담배를 피웠다. “일하다가 힘들 때 피우고, 잠시 끊었다가도 술 마시면 다시 피우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올해 4월 침을 삼키면 목이 아프고 쉰 소리가 나와 병원을 찾았다. 구강암이었다.

임씨는 혀 3분의 1과 임파선을 잘라내야 했다. 허벅지 살을 떼어 그곳에 붙였다. 3개월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구내염이 생겨 음식을 삼키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 젖은 밥을 먹어야 했다. 집안에 암에 걸린 이가 하나도 없어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그였다. “차라리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며 걱정하는 가족을 보는 게 괴로웠다. 형제자매들이 치료비를 보탰고 최근에는 통원 치료를 받으며 조그만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다.

임씨는 자신과 같이 고통 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광고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인터뷰 중 책상 위로 떨어지는 침을 휴지로 닦아내며 “흡연은 질병이고 치료는 금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담배 생각이 나면 사람도 아니다”며 “인생을 되돌린다면 두 번 다시는 담배를 안 피우겠다”고 말했다.

임씨의 아내는 인터뷰 내내 옆자리를 지켰다. 가족도 그의 광고출연을 존중했다. 보건복지부는 임씨가 등장하는 금연광고를 이날 오후 7시부터 내보냈다. 2002년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가 출연한 영상 이후 14년 만에 만든 금연 광고다.

복지부는 23일부터 담배공장에서 나가는 모든 담배제품의 담뱃갑에 흡연 폐해를 나타내는 경고그림을 표기한다. 경고그림이 담긴 담배 진열을 가리는 등 행위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은 올해 중 입법 예고될 전망이다.

서울 용산구 GS25 서울역점과 영등포구 세븐일레븐 여의점 등 6곳 편의점에서부터 경고 그림이 붙여진 담배가 판매된다. 복지부는 기존 담배의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인 1월 중순부터 시중에 이 담배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성일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흡연과 금연 경험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생활 속의 금연 문화가 퍼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