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살처분’ 지자체·농가만 허리 휜다… 대기업은 보상금 독식·시장 점유율 높여

입력 2016-12-22 18:36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사무소 앞에 설치된 AI 거점소독소를 방문해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살처분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보상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 보상금의 상당 부분은 사육을 위탁한 기업들의 몫이고 양계 농가들은 쥐꼬리만한 보상밖에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2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가금류 20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된 현재까지 보상금은 무려 1519억원에 달한다. 내년 3월까지 AI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비와 지방비로 부담해야 할 보상금은 천문학적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AI가 발생한 농가에는 손실액의 80%,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미발생 농가에는 100% 보전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보상금 분담률은 8대2다. 2011년까지는 정부가 살처분 보상금을 전액 부담했으나 그 이후 지자체에 방역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리겠다며 보상금의 10%는 광역자치단체에, 10%는 기초자치단체에 떠넘겼다.

충북의 경우 닭·오리 103농가에서 닭·오리 259만마리를 살처분했으며 보상금은 135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은 음성(71억원)과 진천(48억원)에 집중돼 있다. 살처분 매몰 비용은 지자체가 100% 부담하고 있다. 충북의 살처분 매몰비용은 음성군 14억, 진천군 11억원 등 34억원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AI가 확산되는게 철새에 의한 것이라면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방역비용 절반, 살처분 매몰 비용 전액은 물론 예방적 살처분 보상비까지 분담하다보니 지자체의 재정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AI로 사육기반이 무너진 농가들은 살처분 보상금이 나와도 피해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2∼3년 주기로 AI가 발생하면서 양계농가는 도태되고 관련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졌다. 현재 육계 농가들의 90% 정도는 기업 소유의 닭을 위탁사육하고 있다.

하림, 동우 등 대기업들은 살처분 보상금마저 챙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보상금은 닭 소유주인 기업에게 지급되며 이중 20% 정도만 사육농가들에게 떼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권 의원은 “AI가 창궐해도 하림같은 대기업들은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공급과잉 해소, 구조조정 등을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가금류 사육농가들은 ‘휴업 보상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휴업 보상제는 가을철에 미리 도축해 닭이나 오리 고기를 비축한 뒤 겨울철에는 사육을 중단하고, 대신 정부가 농가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음성군의회는 지난 21일 AI 예방을 위한 가금류 휴업 보상제 실시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