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도 요구한 ‘세월호 7시간’ 해명… 낱낱이 밝히라

입력 2016-12-22 17:30 수정 2016-12-22 21:3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22일 대통령 대리인과 국회 소추위원이 참석한 첫 준비기일을 열어 증인, 증거, 재판 일정 등을 조율했다. 재판부는 헌법 위배 5건, 법률 위배 4건 등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된 사유 9건을 개별적으로 심리하지 말고 유형별로 정리해 다루자고 제안했다. 국민주권과 법치주의 위배, 대통령 권한남용, 언론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5가지 유형화를 제시해 양측 모두 수용했다. 재판부가 앞장서서 ‘시험 범위’를 크게 줄인 셈이다.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준비기일을 주관한 세 수명재판관은 공정성과 함께 신속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재판부의 방침을 환영한다. 대통령과 국회 측도 이를 적극 수용해 최대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는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과 관련해 “세월호 7시간 동안 청와대 어느 곳에 있었고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 시각별로 밝혀 달라”고 대통령 측에 요구했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남김없이 밝히라”며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직접 해명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청와대 비서실을 상대로 한 국정조사도 “모른다”로 일관한 답변에 7시간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재판부의 요구는 대통령의 직접 진술을 제출하라는 뜻으로 봐야 하며, 박 대통령은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다.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심리에 나오도록 재판부에 출석명령을 요청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출두하는 게 옳다.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할 기회를 갖겠다고 스스로 여러 번 밝히지 않았나. 소명의 기회가 없었다는 주장도 펴온 터인데 법적 절차에 따른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또 그것이 배신감을 느낀 국민에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이날 제시된 증인과 증거는 향후 심리에서 벌어질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탄핵심판은 품위 있는 법적 논쟁의 무대가 돼야 한다. 탄핵 사유로 적시된 9가지 행태는 저열하게 법을 농단한 것이지만 그 심판은 철저히 법에 따라 이뤄져야 법치를 회복할 수 있다. 누구도 법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으며, 어떤 명분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이를 웅변하는 자리가 탄핵심판정임을 양측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