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전서 설교 ‘치열한 복음’ 책 낸 분당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복음의 본질은 권력과 길항하는 것”

입력 2016-12-22 20:49
김병삼 목사가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 목양실에서 고린도전서 설교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남=김보연 인턴기자

‘트로트 특송’ ‘교회 안 흡연실’ ‘비신자도 즐기는 카페’ 등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아온 김병삼(52) 목사를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김 목사는 담임 12년 만인 올해 처음 안식년을 얻었다. 평일엔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엔 교회로 돌아와 주일 강단에 선다. “설교를 쉬지 않으면 안식년이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설교를 안 하면 제 마음이 편치 않아서요. 설교가 힘들지도 않습니다. 저는 1년 전에 이듬해 설교를 준비합니다. 올해 설교는 이미 준비돼 있었어요.” 그는 웃으며 답했다. “저희 교인들의 표정이 밝죠? 전 자율성을 많이 강조합니다. 저희 아버지(고 김우영 목사)를 비롯한 1세대 목회자들이 엄격한 훈련에 방점을 뒀다면 지금 저희는 율법과 방종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낸 신간 ‘치열한 복음’(두란노)도 그 결과물일까. 이 책은 지난해 고린도전서를 설교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근래 저나 후배 목회자들을 보면서 치열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바울은 스스로나 교인들을 위해서나 가장 치열한 복음의 싸움을 했던 사람입니다. 교인들이 치열한 복음의 삶을 살기 바라는 바울의 마음이 고린도전서에 잘 담겨 있습니다.”

김 목사는 과거를 돌아보고 복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고린도교회 교인은 이전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은 채 세속적인 것들을 거꾸로 교회로 끌어들였습니다. 타락한 것이죠.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습을 고린도교회에 투영해볼 수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부터 촉발된 국가적 혼란 속에서 우리 교회도 회개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교회가 권력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청와대에 가 대통령 만나는 것을 자기 자랑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권력의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지 못했습니다. 방관하거나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복음의 본질은 권력과 끊임없이 길항하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권력을 견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어 사회 전반에 팽배한 증오의 기류에 대해서 우려했다. “우리사회에는 지금 드러난 죄에 대한 준엄함만 있지, 죄인들에 대한 긍휼과 관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잘못에 대한 정죄가 있은 뒤 증오와 반목이 두렵습니다. 여야 간의 복수, 이념에 따른 갈등 같은 게 뒤따를 수 있습니다. 은혜와 사랑이 없는 진리와 공의는 정죄와 복수를 낳습니다.”

그는 이 나라를 위해서도 그리스도인이 치열한 복음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공의로 불의를 드러나게 하되,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하나님의 마음’을 들고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죄를 사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 예수님을 가슴에 품으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것이 복음의 본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성남=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