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사건의 주범격인 최순실씨가 계속 출석을 거부하는 가운데 열리고 있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우 전 수석은 사태를 방기·묵인해 직무를 유기했고, 최씨에 의해 청와대 참모로 발탁돼 그 일가를 비호했으며, 검찰과 국정원 등에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11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집을 비우고 행방불명 되자 정치인과 국민이 거액을 모아 현상수배까지 걸었었다. 그런 그가 우여곡절 끝에 22일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나왔다.
그런데 청문회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부인(否認)과 회피(回避)의 철통 방어막을 치고 나온 우 전 수석 앞에서 특위 의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장기간 모습을 감췄던 그는 예상대로 철저하게 대비한 상태였다. 시종일관 “최순실은 본 적도 없으며 전혀 모른다” “(출석을 피해) 도망간 적 없다” “세월호 수사에 압력을 넣은 적 없다”고 되풀이했다. 자신은 그저 민정수석 업무를 한 것뿐이라고 강변했다. 청문회장에서 우 전 수석이 존경했다고 밝힌 김 전 실장과 판박이였다. 김 전 실장도 지난 7일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오히려 더 고압적이었다. 김성태 특위 위원장이 “증인의 자세와 태도가 매우 불량하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반면 의원들은 제 시간에 청문회를 열지도 못했다. 증인, 참고인의 좌석 배치와 새누리당 의원의 위증모의 논란 등을 놓고 고성이 난무했다. 1시간이나 지체된 질의에서도 의원들은 우 전 수석이 “사실이 아니다. 모른다”고 부인하면 더 나아가지 못했다. 방패를 뚫을 창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은 속 시원한 진실을 원했지만 의원들은 무기력했으며 대신 ‘어렵게’ 불러낸 우 전 수석에 대해 “네 죄를 네가 알라”는 식의 훈계를 했다. 다그치다 안 되니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위증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질의시간을 반박하는 데 사용했다.
지난 6일 1차 청문회부터 늘 이랬다. 최씨가 귀국 직전까지 사건을 은폐·조작하려는 녹음파일이 공개되는 성과도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핵심 증인은 부인하고 의원은 질타만 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17일간 5차례 진행된 청문회를 지켜보며 많은 국민이 “이런 청문회를 계속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든 이유다.
우선 ‘최순실 청문회’를 ‘최순실 없는 청문회’로 만들어버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한 증인들에 대해선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 아울러 증인을 불러놓고 “최씨를 좋아하냐”는 등의 상식 이하 질문을 쏟아내는 의원들도 청문회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과 의원 자질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사설] 우병우 불러놓고 한숨만 쉬려고 청문회 했나
입력 2016-12-22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