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취 승객 기내 난동에 쩔쩔맨 대한항공

입력 2016-12-22 17:30 수정 2016-12-22 21:30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30대 중반 남자 승객이 술에 취해 옆자리 탑승객을 때리고 승무원을 발로 차는 등 2시간 정도 난동을 벌였다. 이 사건은 이 비행기에 탔던 미국의 유명 가수 리처드 막스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널리 알려졌다. 막스는 페이스북에 6장의 사진과 함께 “승무원들은 이런 상황에 완전히 미숙했으며 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매뉴얼대로 상황을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의 신뢰도와 위상은 이미 국제적으로 크게 깎였다.

인터넷에 퍼진 승객의 난동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테러 행위와 같다”며 공분하고 승무원의 어설픈 대응을 질타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항공사가 별도의 전문 보안요원을 동승시키지 않은 탓에 정비사와 여승무원들이 이 승객을 제압하느라 쩔쩔매는 모습이 동영상에 담겨 있다.

기내 불법행위는 항공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단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처벌 수위가 강화된 개정 항공보안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실제 엄히 처벌되는 사례는 없다. 올 상반기까지 발생한 233건의 기내 난동 중 처벌이 무거운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된 것은 전무하다. 모두 단순 기내 난동으로 간주돼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졌다. 미국은 최대 20년 징역형과 25만 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처벌 강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항공사의 철저한 관리다. 난동을 부린 이 승객은 지난 9월에도 기내 난동 혐의로 입건됐다. 요주의 승객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소홀히 했다. 대한항공은 항공 안전 매뉴얼을 재점검하기 바란다. 수시간 동안 승객을 불안케 하는 현재의 매뉴얼은 손보는 게 마땅하다. 경찰은 이 승객의 마약 복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내 난동은 반드시 엄단한다는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