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신교, 리딩 종교의 시대를 맞으며

입력 2016-12-22 20:36

지난 월요일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 종교인구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그간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하락한 상태에서 교인 감소가 예상됐던 터였지만, 결과는 의외로 개신교가 불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불교는 2005년 23.1%에서 2015년 15.7%로 무려 7.3%포인트가 하락해 충격에 휩싸였고, 천주교 역시 자체 집계 수치보다 훨씬 적은 7.9%였다. 개신교는 2005년(18.2%)보다 오히려 1.5%포인트 상승했다.

종교인구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센서스 조사와 여론조사 방식이 그것이다. 국민일보에서 작년 12월, 올해 4월 그리고 몇 주 전 창간기념조사를 각각 전국 조사(1000명)를 실시했는데 종교문항을 함께 넣어 조사했다. 이 세 번의 조사에서 나타난 평균 종교 비율은 개신교 19.6%, 천주교 10.9%, 불교 18.2%, 기타종교 3.0%, 무종교 48.3%였다. 이번 센서스 결과와 비교해 보면 개신교는 정확하게 일치했고, 천주교 불교는 여론조사 결과보다 2∼3%P씩 낮게 나타났다. 이유는 조사 대상 연령대에 있다. 여론조사는 20세 이상만 대상으로 하지만, 센서스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조사에서 19세 이하 연령층에서 불교와 천주교는 매우 열세였다. 즉 이 두 종교 비율이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낮게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어린이·청소년층 때문인 셈이다. 이 결과대로라면 두 종교 모두 다음세대의 위기로 인해 앞날이 더 어두워 보인다.

개신교 신자들을 살펴보면, 수치적으로 전 연령대가 고르게 20% 안팎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사내용을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체적으로는 교인 비율이 상승했을지 모르지만, 연령별로 보면 그렇지가 않다.

2005년 대비 9세 이하 -17%, 10대 -8%, 20대 -20%, 30대 -6%, 40대 +16% 50대 +67%, 60대 이상 +80%의 증감을 보였다. 즉 30대까지의 젊은 층은 이탈이 계속되는 반면, 40대부터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가파른 증가세다. 한국교회의 고령화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개신교의 미래는 무엇보다도 2030세대의 이탈을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먼저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교회의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불거지는 각종 부정부패, 비리를 차단해야 한다. 청년들이 교회의 최고 리더십과 구체적인 방식으로 연결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연령집단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2030세대다. 이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으며, 결혼조차 쉽지가 않은 세대다. 설사 결혼한다해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출산마저 고민해야 한다. 취직하면 직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숨 가쁘게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영적 여유를 가지고 교회에 출석한다해도 이들을 이끄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그러니 참여율도 형편없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젊은 층이 복음을 외면하면 한국교회는 대가 끊긴다. 한국교회는 다시한번 자기정화를 통해 2030세대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번 조사결과 종교를 갖고 있다고 밝힌 19세 이하 연령층 가운데 개신교인 비율이 가장 높았다. 무려 60%가 개신교인이라 답했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쉽게 하나님에게 마음을 허락하진 않지만, 한번 복음을 받아들이면 충성도는 매우 높다는 뜻이다. 감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청년들에게 기독교적 세계관의 보편성, 기독교적 가치관의 공의로움을 심어줘야 한다.

개신교는 누가 뭐라해도 이제 명실상부한 한국 사회의 리딩 종교 위치에 올라섰다. 이제는 교회가 나서서 사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 역할을 해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실추된 한국 교회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도정(道程)에 나서야 한다.

지용근 (지앤컴리서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