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수원역 광장에 세워진 간이무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 3명이 국악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우리 구주 되시는 예수님, 정말 좋아.” 객석에 앉은 이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이들은 수원역 인근 노숙인 400여명이었다.
이날 무대 위에선 수원무료급식협의회(대표 백점규 목사)가 주최하고 수원중앙침례교회(고명진 목사)가 주관한 ‘거리의 성탄, 마구간의 사랑이야기’ 행사가 진행됐다. 성탄절을 앞두고 수원역 인근 노숙인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전달하는 나눔 행사로 벌써 9년째다.
처음에는 수원중앙침례교회가 시작했다. 고명진 목사는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나셨다.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려면 말똥을 밟을 생각하고 마구간,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회를 거듭하면서 지역의 교회들과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노숙인들에게 나눠진 선물 꾸러미도 수원중앙침례교회가 주로 마련했다. 교회에서 설립한 수원중앙복지재단이 방한용품, 세면도구 등을 후원했다. KEB하나은행 병점지점도 도왔다. 선물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전달했다. 현장에서 직접 만든 음식도 대접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는 평소 노숙인 사역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먼저 복음을 전하고 예배에 초청한다. 요즘은 1부 예배에 80∼90명의 노숙인이 참석한다. 이날도 고 목사는 “마구간의 예수 소식은 곧 구원의 기쁜 소식”이라며 “이것이 여러분의 기쁜 소식이 되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교회는 노숙인 사역이 선순환구조가 될 수 있도록 자활도 지원한다.
수원=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노숙인들에게 전한 ‘마구간 사랑이야기’
입력 2016-12-21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