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당’(가칭)의 성패는 ‘숫자’에 달렸다. 당장 34명이 새누리당 탈당을 결의해 시작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친박(친박근혜) 측의 예상을 뛰어넘어 충격파도 줬다. 다음 관문은 원내 3당 진입이다. 38석을 지닌 국민의당 규모를 넘어서야 정계개편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여권 핵심 지지층이 결집된 대구·경북(TK) 참여가 저조한 건 걸림돌이다. 지지여론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신당의 파급력은 떨어지고 ‘수도권 보수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탈당 결의 의원 34명 중 절반인 17명이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지역구로 뒀다. 서울은 소속 의원 11명 중 김선동 지상욱 의원을 제외한 9명이 모두 탈당에 동참했다. 인천은 6명 중 2명, 경기는 19명 중 6명이 탈당에 참여했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 새누리당 지지도는 11%에 불과했다. 인천·경기 지역도 15%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은 셈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모인 부산·울산·경남(PK) 역시 10명으로 비교적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부산은 소속의원 13명 중 5명이 당을 나오기로 했고, 경남 역시 12명 중 4명이 탈당을 결의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합류하며 규모를 키웠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PK에서 6%까지 쪼그라들었던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반면 여당의 ‘상징’인 대구에서는 유승민 의원과 주호영 의원 2명이 전부다. 경북의 경우 단 한명의 이탈자도 나오지 않았다.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의 강석호 의원은 21일 탈당 모임에 참석했지만 탈당계 제출은 하지 않았다. 뜻은 공감하지만 지역구 사정을 들어 결정을 유보했다고 한다. 주류 친박계가 비주류 추동력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다. 실제 탈당이 결의 숫자보다 적을 경우 결집력은 크게 약화된다.
분당파 의원들은 그러나 ‘분위기를 탔다’고 판단하고 있다. 친박계가 원내대표 경선이나 비상대책위원장 선정 과정에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등을 돌리는 의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 초선의원은 “탈당파를 제외한 94명의 의원 중 중도세력이 50명가량”이라며 “당에 남아 있다고 모두 주류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탈당 의견을 밝힌 영남권 의원은 “교섭단체 등록을 하고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면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골수 친박당’ 낙인이 찍히게 된다”고 말했다. 2∼3차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열쇠는 온건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쥐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된 것도 사실상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의 ‘반란표’ 영향이 컸다. 반면 이번 탈당 결의 의원 중 초·재선 의원은 9명에 불과하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초선 의원들 중에서도 탈당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일단 보수신당이 중도·보수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그에 대한 여론의 판단을 지켜본 뒤 합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국민의당 의석수 38석 넘겨라”… 보수신당, 3당 돼야 힘 받는다
입력 2016-12-22 0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