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朴 대통령에게 등 돌릴까

입력 2016-12-22 04:26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1일 공식 수사 개시와 동시에 ‘삼성 뇌물’과의 일전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을 먼저 두드려 삼성 쪽에 최순실씨 모녀에게 준 돈의 대가성을 인정하라는 항복 권고 신호를 보냈다.

특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말했다. 뇌물죄 수사에서 삼성의 저지선이 무너지면 박 대통령도 곧장 사정권에 든다는 얘기다. 삼성으로서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탄핵 심판대에까지 오른 박 대통령을 비호할 필요성은 적어졌지만, 뇌물 공여를 인정하면 수뇌부의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수상한 자금 지원 정황은 계속해서 드러나는 중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의 출연금을 낸 것 외에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송금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쯤 회사 명의의 독일 계좌로 보낸 319만 유로가 최씨 측에 흘러간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최씨 모녀가 지난해 5월부터 독일에서 쓴 생활비를 이후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보낸 돈으로 정산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애완견용 패드(배변판), 침대매트와 각종 생활용품 등 81만 유로를 청구해 받아냈다는 내용이다. 이에 삼성은 “본 적 없는 일종의 가계부를 근거로 마치 삼성이 모든 생활비를 지원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을 내놨다.

삼성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단계에서도 세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지만 끝내 최씨 등의 공소장 범죄사실에 독일 자금 지원 부분은 제외됐다. 검찰에 불려나온 이재용 부회장 등 경영진은 최씨 무리의 강요와 협박에 따른 피치 못할 지원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고 있는 특검팀은 삼성과 권력 간의 뒷거래 의혹을 더욱 조여 갈 방침이다. 삼성이 보낸 돈의 이면에 ‘부정한 청탁’이 존재함을 규명하면 제3자 뇌물죄 성립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 측의 대가성 시인 진술이 필요하다.

특검팀이 삼성의 장충기·박상진 사장을 외부에서 비공개 면담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사전 조율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검 주변에서는 삼성이 계속해 궁지에 몰리면 결국 ‘이재용 구하기’ 차원에서 대응전략을 바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장급 인사가 뇌물공여의 총대를 메고 박 대통령을 물어주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최씨 측 지원 과정은 전혀 몰랐다. 모두 사후에 보고받았다”는 식으로 자신에게 올라오는 의혹의 연결선을 차단했다.











글=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