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여성 문제가 국가의제로 다뤄진 것은 1980년대 말이다. 30년이 채 안됐다. 그럼에도 법과 제도적으로는 짧은 기간 내에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다만 현장에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있다.
권용현(56·사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양성의 평등과 조화를 위해서는 상호 양보의 미덕,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성조화의 문제는 제로섬(zero-sum)이 아니다”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힘을 모으면 가족, 기업, 국가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과 기업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1988년 행정고시(32회)에 합격한 권 차관은 공직의 대부분을 여성가족부에서 보내면서 여성정책의 기초를 다듬고 실행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개혁과제로 선정해 주요부처와 협업을 통해 제도 안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했는데 소감은.
▷그동안 공직생활 가운데 가장 뜻 깊었던 건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돼 이듬해 시행된 것이다. 이 법이 마치 여성만을 전제로 한 것 같이 보여 지난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됐다. 양성평등정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된 것이 사회통합 및 발전에 기여하는 소중한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미력하나마 기여했다는 게 공직생활 중 큰 보람이다.
-호주제 폐지 등 굵직한 일들도 많았는데.
▷우리사회에서 가부장적 산물이라고 했던 호주제가 폐지되기까지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변화의 노력이 토대가 돼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증가했고, 대학을 진학하는 여성비율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이공계 진출은 물론 공직사회에도 여성의 진출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06년부터는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시점이었는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2008년 비로소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다. 다문화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립함으로써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금은 정착단계를 넘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절벽의 문제가 심각하다.
▷저출산은 국가성장동력을 저해하는 근본원인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크게 사회문화적 접근, 경제적 접근이 있다. 출산을 많이 하는 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여가부에서는 가부장적 사회를 탈피함으로써 출산을 유도하는 사회문화적 접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출산의 덫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가정 양립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남성이 가사, 양육에 공동참여를 할 수 있도록 ‘초보아빠수첩’ 등 가이드를 보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다방면에서 기울일 계획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견디기 힘든 기업문화도 문제다. 따라서 업무프로세서를 바꾸고, 성과평가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여가부에서는 경제단체와 힘을 모아 일·가정 양립을 위한 기업문화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할 것 같은데.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보육시설 및 유치원 확충 등 세 가지 핵심제도를 위해 정부가 적극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시킴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가부를 중심으로 관련부처가 핵심개혁과제로 선정해 가정, 기업, 국가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꾸준히 힘을 보태겠다.
-여가부에서 운영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소개한다면.
▷여성들의 취업지원을 위해 여성친화적 직업상담, 직업훈련의 창구다. 향후 지속적으로 센터를 확충함으로써 여성들이 고부가가치 직종으로 유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실제로 센터를 중심으로 한 일·가정 양립정책을 통해 경력단절여성이 200여만명에서 15만명 정도 줄었다. 정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계 진로지도를 위해 교육부와 힘을 모으고 있다.
양병하 기자
[공복에게 듣는다-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저출산 해소위해 일-가정 양립제 정착 최선”
입력 2016-12-25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