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저출산·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을 따라가는 추세다. 그래서 일본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요즘 일본에선 형제 격차와 형제 부양에 대한 불안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정규직의 증가와 비혼화로 부모 간병 이후 자립하지 못하는 형제의 장래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형제 격차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던 것은 가족과 사회를 따로 떼어 다뤘던 탓이다.이 문제는 흔히 다른 집이나 다른 사람과의 격차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어릴 때 함께 자란 형제도 교육 취업 결혼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두 일본 사회학자가 설문과 취재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부모 부양과 간병을 놓고 일어나는 형제간의 불화를 비롯해 무직인 형제 혹은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형제를 다른 형제가 어떤 식으로 돌보고 있으며 어떤 불만을 품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장남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지원이 형제 격차를 만들며, 대개 사회적으로 약자인 형제가 부모 간병을 맡으면서 더욱 격차는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조사결과를 보면 독신으로 자녀가 없는 형제,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사는 형제보다 본가 또는 근처에 사는 형제가 부모 간병을 떠맡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부모 사후 고령에 접어든 형제들 사이에도 부양 간병 지원 등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런 형제 리스크는 자식과 조카 등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연쇄 리스크를 일으킬 수도 있어서 집안을 공멸의 길로 빠뜨리게 할 수 있다.
형제 격차는 이미 ‘가족 내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개인의 가정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격차가 더욱 벌어지기 전에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개인의 사회 구상이며, 내 가족과 형제를 알고 있는 나 자신만이 가능한 귀중한 사회구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구상이 모여 사회가 새롭게 나아갈 방향이 제시된다고 주장한다.
장지영 기자
[책과 길] 형제 격차, 가정 아닌 사회 문제다
입력 2016-12-22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