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잠룡’ 합류 땐 대선판도 흔든다

입력 2016-12-22 04:30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 첫 번째)과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첫 번째) 등 여당 지도부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상견례를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여당과 정부가 힘을 합쳐 조속한 국정 정상화 및 정부와 국회 간 소통에 많은 도움을 달라”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누리당 분당이 여권발(發) 정계개편의 핵으로 부상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건은 ‘반(反)문재인’ 연대 등 보수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의 ‘보수신당’(가칭)은 우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대권 잠룡들을 붙잡아야 파괴력을 갖춘다. 정권 창출 가능성을 보이지 못하면 ‘제3지대’의 미아로 전락할 수도 있다.

비주류 의원들은 탈당 이유로 ‘친박(친박근혜)당=불모의 땅’이라는 점을 꼽는다. 주류 친박계에 장악된 새누리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책임은커녕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했다. 영남권 한 의원은 21일 “친박 의원들은 탄핵 이후 대선 국면을 준비한다기보다 자신들의 생존 방법만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주류의 최우선 과제는 여권 대선 주자들을 폭넓게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비주류 의원 모임에선 “반 총장을 확보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든다면 탈당 규모를 훨씬 더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반 총장 모셔오기’를 위한 물밑 작업도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반 총장은 확실한 여권 후보인 데다 보수신당 합류 가능성이 높다”며 “폐족이라는 말을 듣는 친박계로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비주류 전략은 반 총장과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 잠룡들을 한 배에 태운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탈당을 발표했고, 오 전 시장도 탈당 시점을 고민하는 중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워 ‘일대일 구도’로 야권에 맞선다면 승산이 있다는 게 비주류의 계산이다.

여기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까지 보수신당에 합류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친박과 단절된 보수신당, 친문(친문재인)과 결별한 국민의당이 개헌을 연결고리로 서로 힘을 합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헌에 적극적인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역할도 변수다.

다만 변수가 많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 후 당분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의 지지율 추이도 중요하다. 반 총장이 지지율 하락이나 답보 현상을 보일 경우 보수신당이나 다른 정당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지지율 고공 행진 상황에선 제3지대뿐 아니라 야권 일부 진영도 반 총장 주변으로 헤쳐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신당 측으로선 이런 합종연횡의 혼란 구도가 최악인 셈이다.

비주류는 40명 이상의 보수신당 참여에 주력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에 이어 ‘제3정당’으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비주류 한 의원은 “사드 등 안보 문제에선 보수 색깔을 드러내고, 법인세 인상 문제 등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선 ‘캐스팅 보터’ 역할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했다.

비주류는 반 총장과 가까운 정진석 의원 등 중립 성향 의원들의 합류를 요청하고 있다. 내심 반 총장 귀국 후 추가 탈당까지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촛불민심’으로부터 비판받은 새누리당에서 갈라져나온 ‘비주류 신당’의 한계다. 대구·경북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주류, 비주류가 대권에 임박해 한 집에서 다시 합칠 확률도 없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