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빅뱅… ‘혼돈의 4당’ 눈앞

입력 2016-12-21 17:58 수정 2016-12-21 21:10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주류 의원들과 함께 탈당을 선언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고개 숙인 유 의원의 어두운 얼굴에서 탈당과 신당 창당의 고심이 엿보인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4명의 탈당 선언으로 보수정당 사상 첫 분당 사태가 현실화됐다. 서영희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4명이 오는 27일 집단 탈당하겠다고 21일 선언했다. 이들은 가칭 ‘보수신당’을 창당키로 했다. 여권의 분열로 인한 보수신당이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올랐다. 1990년 2월 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3당 합당(민주자유당)으로 사라졌던 4당 체제가 26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신당 출현과 반 총장 가세라는 두 개의 핵폭풍이 맞물리면서 조기 대선 정국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4당 체제 등장으로 대선 승리를 목표로 한 합종연횡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이 다자 구도로 이뤄질지,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양자 구도로 치러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정병국 주호영 의원 등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0명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27일 탈당을 결정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 4명도 탈당 의사를 밝혀 이날까지 탈당 의원은 34명으로 집계됐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탈당을 발표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탈당으로 기울었다. 이미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도 보수신당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보수신당은 현역 의원 35명, 현역 단체장 2명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특히 여권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탈당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황영철 의원은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중심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로 가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진짜 보수 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탈한 적은 있지만 집단 탈당을 통해 원내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를 만드는 분당 사례는 처음이다.

반 총장까지 가세하면서 대선 정국이 사실상 개막됐다. 반 총장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마지막 기자회견을 갖고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 발전과 국민을 위해 몸 사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연대 가능성도 열어놨다.

반 총장의 선택에 따라 정계개편과 대선 대진표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정국은 합종연횡의 결과에 따라 요동칠 것이 확실시된다. 보수신당은 반 총장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변수다. 새누리당의 분열과 반 총장의 대선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경계심을 드러내고, 국민의당이 반기고 나선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정국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선 대결 구도는 미궁에 빠졌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 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