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악몽, 메르켈의 악몽으로 이어지나

입력 2016-12-21 18:16 수정 2016-12-22 00:40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전날 ‘트럭 테러’가 발생한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서 헌화하고 있다. 최소 12명이 사망한 이번 테러 배후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메르켈의 유화적 난민 정책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AP뉴시스

유럽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 ‘트럭 테러’의 새로운 용의자로 튀니지 출신 이민자가 떠오른 가운데 현지 수사 당국이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범행에 사용된 19t 트럭에서 발견한 임시거주허가증을 단서로 튀니지인 아니스 A(24)를 추적 중이다. 지난 4월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이 용의자는 아흐메드 등 다른 이름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여름 프랑스 니스에서 벌어진 트럭 테러범 역시 튀니지에서 건너온 이민자였다.

검경은 용의자가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 GPS(위성항법장치)와 DNA 분석 기법을 총동원하는 한편 사진과 영상 제보를 접수하고 있다. 테러범이 총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검거가 시급하다. 사건 당일 트럭 조수석에서는 폴란드인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사건 당일인 지난 19일 베를린 브라이트샤이트 광장 인근에서 검거한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나베드 B(23)는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아마크 통신에 “(IS 격퇴) 국제 연맹 참가국민을 표적으로 삼으라는 요청에 한 IS 전사가 베를린에서 작전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다시 광장으로 모였다. 숨진 12명을 추모하기 위한 조기가 걸렸다. 희생자를 애도하는 꽃다발과 촛불이 곳곳에 놓였다. 독일 국기 색깔인 검정, 빨강, 노랑 조명이 통일 독일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문을 밝혔다. 전국적으로 2500여곳, 베를린에만 60곳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그대로 열렸다. 경찰 당국자는 “더 많은 경력을 배치해 시장을 정상 운영할 것”이라며 “우리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스스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카이저 빌헬름 메모리얼 교회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우리 모두가, 국가 전체가 하나로 단결한 깊은 슬픔으로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는 때에도 공포와 악에 사로잡혀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여론은 메르켈이 테러를 불렀다며 압박을 이어갔다. 독일 슈피겔은 “베를린의 악몽이자 메르켈의 악몽”이라며 메르켈의 입지가 흔들릴 것으로 내다봤다.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당수는 “독일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메르켈의 난민 수용책을 따른) 지난 1년 반 동안 (테러가 발생할) 환경이 적절한 의심 없이 체계적으로 수입돼 왔다”고 비난했다.

김미나 신훈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