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헌재 출석하라”… 국회-靑 ‘증거조사’ 공방 예고

입력 2016-12-21 18:42 수정 2016-12-21 21:30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소추위원 측이 헌법재판소에 박 대통령의 출석명령을 요청했다. 소추위원들은 앞서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을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헌재 측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회와 박 대통령 측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22일 제1회 준비절차기일에서는 양측이 증거조사 방법 등을 두고 뜨거운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대통령, 억울하면 나와라”

소추위원 측은 21일 ‘입증계획 및 증거조사에 관한 의견서’를 헌재에 내고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해 소추위원들의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공무를 수행했다는 것인지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탄핵소추사유를 대체로 부인하면서 소명의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며 “공개법정에서 국민 앞에 입장을 소상히 밝힐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이 3차례 대국민 담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고, 검찰 조사도 거부했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 과정에서 “권력자에게 질문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는 헬렌 토머스 기자의 명언을 의견서에 인용하기도 했다. 내년 4월 사임하겠다는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한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헌재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낮다. 헌재 심판규칙은 당사자 본인 출석을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탄핵심판에서 당사자의 출석은 의무가 아니다. 2004년의 탄핵심판에서도 국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출석·신문을 주장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소추위원이던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심판절차에 참여해 자진사퇴를 하겠다고 하는 의사를 표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 “청와대 회의실 같은 장소에서 신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결국 기각했다.

“답변서, 반박할 필요 못 느껴”

소추위원들은 헌재 제출 준비서면을 통해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대통령 측이 무죄추정 원칙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피고인과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원칙일 뿐 탄핵심판의 피소추자·피청구인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간과했다”고 맞섰다. “연좌제 금지의 정신을 위배했다는 것은 논리적 연관관계가 없어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도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이 ‘봉하대군’ ‘만사형통’ 등을 거론하며 전직 대통령들의 측근비리를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역대 대통령들은 본인이 개입했음이 확인된 바 없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부정축재, 이권개입에 혈안이 되어 있는 최순실(60·구속 기소)씨를 여러 차례 청와대 관저로 출입시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하도록 한 것을 두고 속칭 ‘키친 캐비닛’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도 했다.

소추위원들은 국정농단자로 지목돼 이미 재판에 넘겨진 최씨,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구속 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은 물론 김 전 실장과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28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소추위원들은 필요한 경우 증인들을 더 신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경원 최승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