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수사 개시와 동시에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수사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한 주요 의혹은 청와대와 복지부가 합병에 ‘키’를 쥔 국민연금을 움직여 찬성표를 던지게 했고, 그 대가로 최순실(60·구속 기소)씨가 삼성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적용 근거가 마련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해 5월 26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합병비율이 삼성 총수 일가에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서 합병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삼성물산 지분 10%를 소유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그해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됐다.
이를 두고 다양한 뒷말이 나왔다. 당시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인력만 참여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특검팀은 이런 정책 결정을 주도한 당사자로 지목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합병 찬성 결정을 내린 투자심의위를 주재했다. 또 투자심의위가 열리기 사흘 전인 지난해 7월 7일 국민연금 관계자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문 전 장관도 국민연금에 합병안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역할 배후에는 청와대나 비선 권력의 지시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합병 성공 8일 뒤인 지난해 7월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이뤄졌고, 삼성은 그해 10월 26일 미르재단에 125억원 출연을 약정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삼성-청와대-최순실의 3자거래 밑그림이 완성된다.
국민연금 임직원의 배임 혐의도 특검팀 수사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국민연금이 삼성 계열사 합병을 승인해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다는 의혹과 관련된 부분이다. 국민연금은 두 회사 합병 전 삼성물산 지분 11.61%,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했다. 합병 후 출범한 삼성물산 지분율은 5.78%다.
국민연금은 특히 합병 전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한 상황에서 양사의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로 결정돼 주식 평가자산이 크게 감소했다. 두 회사 합병에 따른 국민연금 평가손실액이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5월 서울고법도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적용됐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특검팀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을 알면서도 찬성했다면 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삼성-朴대통령-최순실 3자거래’ 겨냥 초강수
입력 2016-12-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