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속이 다 시원”

입력 2016-12-21 18:02
새누리당 주류 친박(친박근혜)계는 21일 탈당파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새누리당 지지세력에 대한 배신”이라며 비판했다. ‘비겁한 정치’ ‘바람난 배우자’ 등의 비난도 쏟아냈다. 당의 분란을 끝낼 수 있어 차라리 속시원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조원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당 의원) 대부분이 3선 이상이더라. 당에서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이 나가는 것 아니냐”며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탈당 결의 34명 중 초·재선은 11명에 불과하다. 다른 친박계 중진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하고 나니 탈당했다”며 “떼쓰다 가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안 찬성 때 나갔어야 했다”며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며 눈치보다 명분도 없이 집을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당에서 혼란만 부추겼던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길을 가는 게 맞다”며 “우리 당은 일치 단결해 새로운 당으로 탈바꿈하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바람난 배우자와 불편한 동거보다는 서로 저 갈 길 가는 게 맞다”며 “비록 잘해주지는 못했지만 행복하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친박계는 여권 지지자들의 반발로 실제 탈당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수도권은 몰라도 시골에서는 ‘보수 정당에서 왜 탈당까지 하느냐’는 쓴소리가 많다”며 “지역 사정에 따라 입장을 번복할 의원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대구에서 유승민 의원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나면 탈당파들은 고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유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맞붙었던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유 의원 지역구인 동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탈당파 흔들기에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건 성향의 친박계 의원은 “각자가 보수나 중도보수 혹은 중도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대선 전 다시 만난다면 지금 헤어지는 게 나쁜 일도 아니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