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이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두 번 중 한 번꼴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조차 신용카드 이용 비중이 4∼31% 수준이어서 ‘신용카드 왕국’ 대한민국 입지가 다시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6∼7월 전국 성인 2500명을 상대로 표본을 통한 설문조사와 대상자가 직접 가계부처럼 일지를 작성하는 방식의 조사를 병행해 국가 간 지급결제수단 비교 결과를 내놓았다. 결제 건수를 기준으로 한 비중은 신용카드 50.6%, 현금 26.0%, 체크·직불카드 15.6% 순이다. 2014년 조사에 비해 현금 이용 비중은 11.7% 포인트나 줄어든 반면 신용카드 비중은 16.4% 포인트 급증했다.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차이는 더 벌어졌다.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54.8%로 체크·직불카드 16.2%, 현금 13.6%, 계좌이체 15.2% 등을 압도했다.
신용카드 사용 비중은 늘었지만 건별 이용 금액은 소액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건당 결제 금액은 3만2000원이었는데 올해는 2만3000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건별 이용 금액이 독일 160달러, 호주 60달러, 미국 56달러 등으로 외국은 우리보다 최소 2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3∼2014년 독일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조사한 지급수단을 보면 현금 이용 비중은 44∼79%로 부동의 1위이며 2위는 직불카드로 15∼40% 수준이고 신용카드는 그 다음이다. 외국은 소득과 직업 등을 따져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데 반해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숨만 쉬면 카드 발급’이라던 오남용의 역사가 있다.
신용카드 왕국이라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현금 사용의 편리성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았다. 평소 지갑에 보유하는 현금은 7만7000원이라고 답해 지난해보다 3000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남성이 8만2000원으로 여성 7만2000원보다 많았다. 경조사비나 비상금 용도의 보유로 추정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두 번 결제 때 한 번꼴 쓴다… ‘신용카드 왕국’ 대한민국
입력 2016-12-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