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50代 전면에… 세대교체 카드 뽑아들었다

입력 2016-12-21 18:15 수정 2016-12-21 21:14

SK그룹이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와 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그룹 내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핵심 계열사 CEO에 50대 젊은 인물을 전진배치했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으로 조대식(56) SK㈜ 사장을 선임했다고 21일 밝혔다. 조 사장 선임은 최태원 회장의 세대교체 의지를 보여준다. 조 의장은 1960년생으로 최 회장과 나이가 같다. 김창근(66) 현 의장보다 10년이나 젊다. 조 의장은 특히 고려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같은 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한 최 회장과 초등학교, 대학 동창이다.

조 의장은 지주회사인 SK㈜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신약개발, 의약품 생산, 반도체 소재 등 신성장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역할을 주도했다. 조 의장은 삼성물산 출신으로 2007년 SK에 합류했다. 조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새로 신설되는 전략위원회 의원장도 겸직한다. 전략위원회는 관계사 간 협력을 통해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와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SK그룹은 조 의장 선임으로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시작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룹 내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계열사 간 업무조정 기능을 넘어 미래 먹거리 발굴과 육성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 사장에는 김준(55) SK에너지 사장이 선임됐다. 김 사장은 SK에너지 사장도 함께 맡는다. SK텔레콤은 박정호(53) SK㈜ C&C 사장이 이끌게 됐다. 그동안 1사 2체제로 운영해 온 SK㈜ 홀딩스와 SK㈜ C&C는 통합 CEO 체제로 바꿔 장동현(53) SK텔레콤 사장을 내정했다. SK하이닉스 박성욱 사장은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등의 공로를, SK건설 조기행 사장은 체질 개선 및 흑자 전환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7개 부문 위원장도 대부분 교체된다. 에너지·화학위원장은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 ICT위원장은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인제육성위원장은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사회공헌위원장은 최광철 SK건설 사장이 선임됐다. 글로벌성장위원장(유정준 SK E&S 사장)은 유임됐다.

이번 인사에선 고려대 출신이 약진해 최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 의미도 있다. 고려대 출신으로는 조 의장 외에 박정호·유정준·조기행 사장이 경영학과,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이 산업공학과, 이인찬 SK텔레콤 생활가치부문장이 경제학과 출신이다. 검사 출신의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당초 올해 SK그룹 임원 인사는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변하지 않으면 ‘서든데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인사 폭이 커졌다. SK그룹은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 61명, 신규 선임 103명 등 총 164명의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