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오신다” 충청권 대망론 후끈… 우상화 논란도

입력 2016-12-22 04:01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행치마을)에 복원된 반기문 사무총장의 생가 모습. 생가 주변에는 반기문 기념관과 반기문 평화랜드가 조성돼 있다.
행치마을에 복원된 반기문 사무총장 생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조성된 반기문 평화랜드 모습. 이곳에는 반 총장의 학력, 경력, 상훈 등이 적혀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 생가에서 바라본 유엔평화관 건립 공사 현장. 지난 12일 착공한 유엔평화관은 내년 12월에 준공된다.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귀국 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 총장의 고향 충북 음성은 ‘반기문 마케팅’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반기문=충청권 대망론’이 확산되면서 지역에서는 그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찾아간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행치마을) 반 총장의 생가 주변에는 2006년 12월 유엔 사무총장 취임 당시 연설 내용을 담은 비석과 반 총장 이름을 딴 평화랜드, 기념관 등이 조성돼 있었다.

생가는 단출했다. 전형적인 농가 초가집으로 방과 부엌이 있다. 반 총장의 방문 날짜가 새겨진 기념사진이 마루 위에 걸려 있고 ‘반기문 총장님이 태어나신 방’이라는 안내판도 걸려 있다. 특히 기념관은 그의 어머니가 꾼 태몽을 생생하게 안내하고 있다. 반 총장의 유년시절에 대한 묘사도 빠지지 않았다.

이 마을 일대의 집 담벼락에는 반 총장의 얼굴이 그려져 있거나 그의 자서전 제목인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생가와 평화랜드에 설치됐던 반 총장 동상은 지난 9월 철거됐다. 국민 세금으로 살아있는 특정인의 동상을 세운 것은 지나친 우상화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음성군은 그동안 행치마을에 국비 61억원 등 169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 군은 2010년 국비 6억원 등 15억원을 들여 반 총장의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생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조성된 반기문 평화랜드는 연면적 1만459㎡ 규모로 반 총장의 사진, 학력, 경력, 상훈 등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생가 인근에는 지난 12일 착공한 UN평화관 건립이 한창이다. 군은 국비 43억 등 125억원을 들여 기념관 뒤편 7803㎡에 3층 규모의 평화관을 내년 12월 준공할 계획이다. 평화관에는 반 총장 소장품을 선보일 전시실, 강의실, 영상관, 수장고 등이 들어선다.

반 총장의 대권도전에 대한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린다.

이언구(61) 전 충북도의회 의장은 “지역과 국가를 대표하는 반 총장의 브랜드 가치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손인석(45)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은 “촛불이 가져온 평화와 광장 민주주의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반기문 총장만이 나락으로 떨어진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유일한 지도자”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행치마을 주민 반모(78)씨는 “반 총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해서 큰 망신을 당할까봐 걱정스럽다”며 “시국이 혼란스러운 만큼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41) 사무처장은 “반 총장이 철저한 사전 검증도 없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성=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