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5년간 사업체와 종사자수, 매출액 증가율 모두 수도권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정부가 세종시에 부처를 이전하고, 지방에 공공기관을 내려보내는 등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헛심을 쓴 셈이 됐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5년 기준 경제총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체수는 2010년과 비교해 수도권에서 16.1% 증가했다. 반면 전국 평균 증가율은 15.5%에 그쳤다. 사업체 종사자수도 수도권과 전국이 각각 17.9%, 17.8% 늘어 수도권이 전국을 앞섰다. 사업체 매출액 증가율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 수도권이 24.5%로 전국 평균 22.4%보다 2.1% 포인트 높았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상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 소재 사업체는 작년 기준으로 전체 사업체의 47.4%였으나 종사자수는 전체의 51.4%였다. 또 수도권 사업체가 전체 매출액의 55.1%를 차지했다.
다만 수도권 내에서는 변화가 있었다. 작년 시·도별 사업체수를 보면 경기도가 82만8000개로 서울(82만1000개)을 근소하게 제쳤다. 5년 전 조사 때는 서울의 사업체수가 경기도보다 많았다. 종사자수와 매출액은 여전히 서울이 1위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된 제주의 성장세도 눈에 띄었다. 제주에서는 작년 사업체 매출액이 5년 전과 비교해 무려 48.2% 늘어 시·도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사업체수와 종사자수는 각각 20.4%, 22.1% 증가하며 둘 다 경기도에 이어 증가율 2위를 차지했다.
수년간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면서 관련 업종도 특수를 누렸다. 산업분류별 매출액을 보면 부동산·임대업의 증가폭이 5년간 65.7%로 가장 컸다. 전체 산업의 매출액 평균 증가율은 22.4%였다. 부동산업과 관련이 깊은 청소·고용알선 등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업 매출액도 60.4%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2013년부터 계속 좋아 주거용 건물 개발·공급, 비주거용 부동산 관리업 매출이 좋았고, 자동차·정수기 임대업 쪽 임대업에서도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체 사업체 매출액의 3분의 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6.9%로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제조업종이 쇠퇴하는 추세가 반영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체 중 여성이 대표인 곳은 전체의 37.6%인 145만6000개였다. 여성 대표자 사업체의 비중은 2010년에 비해 0.4% 포인트 상승했다. 여성 대표자 구성비가 큰 업종은 숙박·음식점(62.2%), 교육서비스(54.4%), 보건·사회복지(44.7%) 등이었다. 2015년 말 사업체 전체 종사자수 중 여성은 42.3%인 878만6000명이었다. 여성 종사자수 비율도 5년 전 41.1%보다 1.2% 포인트 상승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지역 균형 발전책 ‘헛심’… 경제 수도권 편중 되레 심화
입력 2016-12-2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