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없이 빛이 통제된 이 공간은 마치 해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벽면에 줄지어 선 수많은 성상에 압도된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한 채 예배에 몰입한다.’ 대성당에서 드리는 예배에 대한 묘사 같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Desiring the Kingdom)’의 저자인 제임스 스미스는 대형 쇼핑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늘어선 성상은 최신 유행의 옷과 소품을 걸친 마네킹이다. 이곳에서의 예배는 쇼핑을 뜻한다. 텔레비전과 미디어의 광고는 쇼핑몰의 선교단체라고 본다. 개혁주의 신학과 프랑스 철학을 연구한 저자는 이렇게 현대 사회와 기독교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비평을 시도한다. 저자는 먼저 데카르트 이후 견지돼온 합리적 인간관을 전복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명제에서 출발한 데카르트는 ‘인간을 단지 생각하는 사물’로 가정했다. 스미스는 이에 반대한다. 관념적 세계관은 사랑과 욕망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 가고 그 영향을 받는 인간의 몸을 감지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에서 인간은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상품을 찬양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인간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향해 가는 ‘지향적’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 ‘사랑하고 지향하는 존재’라는 서론을 읽다 지루해하며 책을 덮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도입부만 통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영화 ‘물랑 루즈’(2001), 소설 ‘폐허 속의 사랑’ 등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흥미롭게 넓혀갈 수 있다. 스미스는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지향한다.…인간은 생각하는 사물이 아니라 예배하는 동물이다.…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곧 당신”(57∼68쪽)이라고 강조한다.
‘쇼핑을 사랑하는가. 그러면 소비하는 행위와 사들인 물건이 당신과 당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라 인간의 지향을 하나님에게로 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예배를 통해 이런 지향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욕망을 끌어낸다는 관점에서 예배를 돌아본다.
“십자가에 달린 몸을 환기하지 않는 기독교 예배는 없다.…예배는 몸과 물질성을 긍정하도록 우리 상상력을 훈련시킨다.”(220쪽) 몸은 일상에서도 성례전을 체험한다. 저자는 시를 그 예로 인용한다. “모든 곳에/기쁨이 있다/아침마다 빚어 내리는 내 머리카락에/아침마다 내 몸을 닦는/새로 빤 캐논 수건에/아침마다 만드는 달걀 요리에….”
저자에 따르면 기독교 예배와 예전에는 사회적 상상이 담겨있다. 성탄절은 향락의 시간에 불과하지만 그리스도인의 대림절은 자기를 부인하고 참회하는 계절이다. 우리는 예배에서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히 6:5)을 맛본다. 십자가 아래로 모이는 이유는 하나님의 제자로 살지 못하는 인간의 근본적 실패 때문이다. 인간은 이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로 재정향(再定向)한다.
인간이 욕망하는 존재라면, 교육도 정보(information)를 제공하는 지성의 작업이 아니라 욕망 형성(formation)의 문제가 된다. 저자는 교회, 기독교 대학 등 기독교 공동체에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예배’라는 관점에서 인간, 문화, 교회를 바라보는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서론의 철학적 논증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서론을 건너뛰고 본론부터 읽어도 좋을 듯하다. 본론 1부만 읽어도 율법적이고 지시적인 교회 안의 언설에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는 이들에게 그 이유를 짐작하도록 도와준다. 저자에 따르면 교회의 예전이 우리의 욕망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거나 우리 몸을 그리스도의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예배드리고 실천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앞으로 나올 두 번째 책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에서 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질 책에서 예전이 어떻게 인간을 만들어 가는지 탐구한다. 세 번째 책은 정치철학과 공공신학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의 시리즈는 인간의 욕망을 구성해내는 데로까지 기독교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예배 후 하나님을 더 사랑하게 되나요
입력 2016-12-21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