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펼치는 2권] 빛으로 온 예수, 그림으로 만난다

입력 2016-12-21 20:55
왼쪽은 루벤스가 그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1617∼1618)다. 그림 속에 어머니 마리아, 사도 요한, 막달라 마리아 등이 보인다. 오른쪽은 한스 홀바인의 ‘게오르크 기체의 초상’(1532). 한국장로교출판사·새물결플러스 제공
문해율(文解率)이 2%에 불과했던 중세시대. 중세인들은 그림을 통해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이해했고 예수의 탄생을 기뻐했으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슬퍼했다. 그림으로 성경을 만나고, 종교개혁을 엿볼 수 있는 있는 책 2권이 나왔다.

'천년의 신비 성서화'(한국장로교출판사)는 취미로 성서화를 수집하던 강정훈 미암교회 원로장로가 낸 책이다.

'그림으로 보는 바이블 드라마'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성서화란 성경에 기록된 인물이나 사건 등을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한 미술 작품이다. 창조, 구약과 신약 시대 인물들, 예수 탄생과 십자가 고난 등을 주제로 한 그림 140여 점이 수록돼 있다. 저자는 "문맹률이 높았던 중세시대의 성서화는 그림으로 보는 성경책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책 속의 다양한 아기 예수의 모습은 곧 있을 성탄의 기쁨을 더해준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묘사한 작품은 구원의 빛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에 대해 더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한다. 표지의 작품 '기하학자 하나님'은 우주를 창조하는 하나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예리한 눈매의 하나님이 오른 손에는 컴퍼스를, 왼손에는 어둠에 쌓인 둥근 우주를 들고 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 1:2)라는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성서화를 통해 성경의 사건을 되새길 수 있고 기독교적 의미를 더 풍부하게 묵상할 수 있다.

예술과 관련된 인간의 감정과 인지주의 철학 연구를 해 온 작가 김채린은 '세 번째 세계'(새물결플러스)에서 종교개혁을 들여다본다. 주인공은 인류역사상 사실주의 화풍을 입힌 초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한스 홀바인이다. 저자는 1516년 34세의 나이로 스위스 바젤 시장이 된 야콥 마이어의 초상화를 제시하며 돈이 전통적 신분제도를 위협했던 당시 시대상을 보여준다. 권위로 치장하고 화려한 그림과 조각으로 그 욕구를 채웠던 교회는 화가들의 가장 큰 고객이었다. 하지만 교회를 향한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홀바인은 종교개혁의 중심지가 된 바젤을 떠나 영국으로 향한다.

홀바인은 그의 작품 '무덤 속 예수의 시신'(1521)을 통해 종교개혁의 분위기를 듬뿍 녹여내기도 했다. 이 그림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이유는 십자가에서 죽은 뒤 관에 누인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나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의 모습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고통을 묘사하는 전통적 방식이었다. 하지만 고난과 함께 죽음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전통적 방식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그 하나만을 목격하게 하는 홀바인의 작품에 대해 김채린은 "사치에 무감각한 교회에 종교개혁의 메시지를 충격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채린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그림 속 시대와 역사를 마주하게 한다. 홀바인을 비롯한 미술가 여섯 명의 작품에 풍부한 자료와 정보를 더해 당대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낸다. 종교개혁과 권력을 둘러싼 내막, 유럽 부르주아 사교계의 단면, 해부학의 발전으로 과학사에서 지워진 화가들 등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은 마치 갤러리 속 큐레이터 앞에 선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최기영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