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일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 “부득이한 부분에 대해선 인사를 단행해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났던 정경유착 엄단, 공공기관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도 공언했다.
황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했다. 당초 출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황 권한대행이 출석하자 야당 의원들은 일정 부분 예의를 갖추면서도 현안에 대해선 맹공을 퍼부었다.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것 아니냐, 대권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추궁도 이어졌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황 권한대행이 한 달 전 강원도 양구 중앙시장을 방문했던 사진을 스크린에 띄운 뒤 “국무총리실 공식 SNS에도 없는 사진을 올린 게 대선 출마를 준비할 생각 때문 아니냐”고 했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차분하게 대응하던 황 권한대행은 야당 의원의 ‘대통령 코스프레’ 비판에는 강하게 반박했다. 황 권한대행은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고건 전 국무총리와 자신을 비교하며 헌법재판소에 조속한 탄핵 심판을 요청하라고 하자 “그건 헌재가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총리가 대통령 코스프레를 오래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황 권한대행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발끈했다. 이어 “박근혜정부가 지난 3년8개월간 해 온 모든 일은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 총리로서의 일”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기름장어(황 권한대행 비하 표현)가 길라임(박근혜 대통령 비하 표현) 역할을 하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독설을 퍼붓자 황 권한대행은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의 대정부 질문 출석을 요구했던 야당 의원 상당수가 본회의 도중 자리를 떠 최근 며칠간 이어졌던 ‘기싸움’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본회의 개의 당시 150명 이상이던 참석 의원 수는 3시간 만에 3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황 권한대행의 ‘6시 조퇴설’을 거론했던 야당 의원들이 먼저 자리를 비운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미국 신행정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한·미 방위비분담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지적한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 질의에는 “이번 AI는 매우 단기간에 번지는 속성 때문에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각적인 군인력 동원 필요성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다. 필요한 모든 역량의 총동원이 기본 방침”이라고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위기에 대비해 한·중 통화스와프 확대와 한·일 통화스와프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의원들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에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예산의 68%를 지출하게 돼 있어 1분기 경제실적치를 보고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답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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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코스프레 말라”… 野 ‘황교안 길들이기’
입력 2016-12-21 00:00 수정 2016-12-21 00:56